최근 잇따라 대형사고가 나는 관광버스는 버스회사 직원들조차 ‘달리는 시한폭탄’이라고 부를 정도다. 그만큼 허술하게 관리·운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 추락·충돌 사고가 안나는 게 기적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운행되고 있는 관광·전세버스는 2만4천478대로 등록된 업체만도 무려 1천207개에 이른다. 이처럼 군소업체의 난립으로 경쟁이 심화돼 회사들이 노래반주기 설치 등 고객의 ‘입맛’에 맞는 편법을 사용하는 것이 근본적인 사고 원인으로 꼽힌다.
심지어 몇년 전부터는 6~10인 원형소파와 테이블을 안전띠로 엉성하게 묶어 놓고 도박을 하며 술도 마실 수 있게 한 ‘살롱 버스’와, 노래반주기를 차 바닥 밑에 감추어 놓고 리모컨으로 작동하는 신종 개조버스까지 등장했다.
불법이지만 사라지지 않고 있는 ‘지입차’도 문제다. 지입 차주들은 운전도 하면서 수입을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웃돈을 조금 받으면 버스 안에서 불법 유흥과 음주가무를 용인해 주는 게 대부분이다.
이렇게 관광버스는 제도가 허점투성이다.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 도로에서 운전자를 제외한 승객에게 안전띠를 의무적으로 착용하게 할 수 있는 규정조차 현행법에 없다. 관광버스는 고속버스와 달리 일반도로를 달리는 시간이 많다. 내리막길에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들이 춤을 추면 차가 안쪽으로 쏠려 고속도로보다 더 큰 사고가 날 위험이 있음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이다.
솜방망이에 지나지 않는 처벌규정도 문제점이다. 가무와 안전띠 미착용은 범칙금 5만원과 3만원, 노래반주기 설치는 과징금 120만원이다. 차량 불법 개조는 징역 1년 혹은 벌금 3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더구나 필수적인 차량정비와 안전운전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안전불감증이다. 노후 차량에 음주 운전사가 적발된 것은 기겁을 할 노릇이다.
그러나 승객들에게도 문제점이 적지 않다. 달리는 관광버스 안에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채 술판·도박판을 벌이고 춤을 추는 행위는 목숨을 담보로 한 유흥이다.
건전한 승차문화와 관광문화가 참으로 절실히 요구된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내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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