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도서관 문화의 현주소

예전에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을 수집하여 대출·보존 하는 곳이었다면 오늘날의 도서관은 사회 각 분야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수집·정리·보존하여 지역주민에게 정보의 이용, 조사, 연구 등을 제공하는 장소며 생활문화시설이기도 하다.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문화적 혜택을 손쉽게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도서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서관 문화의 현주소는 도서관으로서의 기능보다는 독서실의 기능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시험 기간에 도서관 좌석을 얻기위해 길게 줄을 늘어선 학생들이나 이런 저런 취업 준비로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이 아직도 도서관의 대다수 이용자인 것이다. 열람실은 도서관의 책을 보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시험공부를 위한 독서실로 전락했다.

도서관은 독서실이 아니다. 설령 개인 사정으로 도서관에서 입시 공부나 취업 준비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유감이다. 시험공부나 입사 준비는 독서실이 더 제격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서관은 바뀌어야 한다. 책을 비치하고 정보를 찾는 공간이 더 늘어나야 한다.

앞으로 주 5일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도서관은 평범한 시민들에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더 없는 문화공간이 될 것이다. 선진국들 치고 도서관이 발달되지 않은 곳이 없다. 곳곳에 도서관이 있고 시민들은 자유롭게 도서관에서 좋은 책들을 빌려 본다. 또 도서관 주변에 작은 공원이 있어서 시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기도 하고 아이들은 나무 그늘에서 책을 읽는다. 주부들이 자전거를 타고 와서 책을 빌려 가는 광경이 그렇게 보기 좋을 수 없었다. 이렇게 책을 가까이 하는 주민들에게 교양과 윤리, 사물을 판단하는 지혜들이 쌓여갈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그들 가운데에서 창의력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덕목이 나온다. 도서관은 그런 의미에서 눈에 띄지는 않지만 주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풍요롭게 하고 국가 경쟁력을 그 기초로부터 튼튼하게 받쳐주는 버팀목이 된다.

따라서 도서관이 바뀌기 위해서는 바로 도서관 문화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도서관은 자기가 관심 있는 책을 찾아 자유롭게 그것을 읽고 즐기는 곳이어야 함을 이용자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김명래.인천시중앙도서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