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은 기원전 6세기경의 그리스 사람으로 원래는 노예였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도 재밌게 잘하여 자유의 몸이 됐다고 전한다.
‘이솝 이야기’중에서 많이 알려진 것으로 ‘신포도’가 있다. 배고픈 여우가 선반 위에 있는 포도를 먹으려고 하였는데 키가 닿지 않자 “저건 덜 익은 신포도다”라고 내뱉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는 얘기다.
그 뒤로 맘속으론 탐이 나면서도 제 힘으로 안될 때 ‘저까짓 것!’하는 태도로 악평하는 사람을 여우에 비유하게 되었다.
여우는 지구상에서 비교적 온대지방에 널리 퍼져 서식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곳에서나 이 짐승은 좋은 평을 받지 못하고 교활하고 약삭빠른 대명사처럼 돼있다. 이것은 목축이나 농업을 주로 하는 종족에게 아주 오래 전부터 여러가지 피해를 주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프랑스어로 여우를 르나르(renard)라고 한다. 르나르란 이름은 독일말로는 라인할트인데 이는 어엿한 기사의 이름이다. 그리스말은 아로페크스, 라틴말로는 우루페스, 이탈리아말로 버르페이다. 프랑스만이 좀 다른 것은 여우 이름이 설화에 기인한 것이다. 르나르는 중세의 유명했던 못된 여우의 이름이다.
그리스에서는 여우가 활약하는 이야기가 많은데 역사상에서도 용사 아리스토메네스를 구한 여우의 이야기가 있다. 이솝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여우는 특히 유명하다.
임금이 되고 싶어 하는 원숭이를 놀려 먹고 골탕 먹이는 여우의 이야기가 있고, 함정에서 제 꼬리를 잘린 것이 분해서 다른 여우들의 꼬리를 모조리 짧게 잘라 버리려고 한 여우의 이야기도 있다. 여우라는 동물의 체질을 잘 나타낸 것이라 하겠다.
“저건 덜 익은 신포도다”라고 내뱉은 여우의 말은 ‘신포도’에 관한 서양 고사성인데 무릇 인간의 마음이 그와 같을 것이다. 특히 정치판에선 ‘저건 신포도다’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그러나 사실은 신포도가 아니다. 잘 익은 포도를 그렇게 비하시키는 여우와 같은 언행이 교활하기 이를 데 없다. 그래서 측은하고 불쌍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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