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해도 정말 너무 한다. 지난 주말 방영한 K-1TV ‘인물현대사-침묵으로 살다·학살유족 7인의 할머니’ 프로그램은 충격이다. 완전 좌경화하였다. 자유민주주의의 국가 기간방송이 맞는지를 의심할 지경이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후 국군과 인민군이 서로 밀고 밀리는 혼란의 과정에서 우익단체에 의해 일어난 일부의 보도연맹·여순반란사건 관련자, 부역자 등 학살사건을 다룬 내용은 사실이다. 그러나 방송은 당시 좌익단체 역시 그에 못지않게 자행한 군경가족, 지주 및 우익인사들 대한 학살사건은 간과하였다. 심지어는 이른바 빨치산이라고 한 도처의 무장 공비들이 보급투쟁한다며 외딴 마을을 습격, 양식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양민을 학살하거나 납치해가기도 했다.
이 무렵 좌·우익간의 집단학살은 실로 아비규환의 참상이었다. 지난 50여년 세월을 눈물로 보낸 미망인들의 한(恨)은 비단 우익진영에 의해 남편을 학살 당한 할머니들만이 아니다. 좌익진영에 의해 남편을 학살당한 부지기수의 할머니들도 마찬가지다. 이런데도 좌익진영의 피해만 크게 부각시켜 우익단체를 살인마처럼 매도한 것은 의도적 좌파 편향의 프로그램 제작이다.
방송은 인권을 말하면서 재판도 없이 죽였다고 했다. 당시의 각박한 전쟁 상황을 지금과 같은 평시와 비유하는 것 자체가 논리의 비약이다. 토착세력의 좌·우익 학살이 서로 가능했던 이유가 질서와 법의 지배가 미칠 수 없었던 사회적 진공상태에 기인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또 연좌제가 폐지된 지 이미 오래된 마당에 마치 아직도 무슨 불이익의 공포에 시달리는 것처럼 방송한 것은 과장이다.
참으로 우려스런 것은 반공을 광기로 왜곡한 점이다. 대한민국은 북의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공산주의에 반대하여 세운 나라다. 여기에 남침까지 감행하여 무려 3년여에 걸친 동족상잔을 벌였다. 공산주의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한 시대사적 반공이 왜 광기로 묘사돼야 하는 지, 국기를 부인하지 않는다면 차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방송이 일방적으로 부각시킨 양민 학살의 불행은 알고보면 한국전쟁의 발발에 연유했다. 이런데도 그 발단이 된 북의 남침에는 단 한마디 언급이 없다.
이 모두가 실로 가슴 저미는 과거의 역사다. 중요한 것은 다신 이같은 불행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민족화해다. 이런 터에 KBS가 우정 좌경화 프로그램을 방송한 것은 민족화해를 저해한다고 보아 간과하기 어렵다. 정연주 KBS사장이 이념논쟁을 유발하여 이 사회를 좌경화로 몰고 가고자 한다면, 나라의 정체성을 지켜야 하는 국가 기간방송의 책임자로는 심히 부적절하다. 물러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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