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국외 피신처 '연구원'

미국의 대학은 국내 정치인의 피신처인가, 걸핏하면 미국의 무슨 대학에 연구하러 간다는 정치인들이 있다.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도 한동안 그랬고 정몽준 의원도 그랬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역시 그런 명분으로 미국에 가 있다가 귀국해 체류중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로 미국에 가 있는 김홍걸씨가 어느 대학의 연구원이 맞다 아니다하여 논쟁이 된 적이 있었다. 그곳 대학에서는 재직한 일이 없다고 했다. 설령 연구원이라 할 지라도 그 봉급으로 어떻게 호화 저택을 살 수 있겠느냐며 자금 출처의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연구원이라는 것이 사실은 객원연구원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니다. 오히려 미국 대학에 이름을 걸어놓는 이름 값으로 돈을 갖다가 바친다. 물론 연구 업적을 쌓을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대학측은 나와도 무방, 안나와도 무방이다. 미국에 그냥 가 있는 게 백두처럼 보여 안좋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 또한 거품이다. 정규 연구원도 아닌 ‘연구원’이라는 허울 좋은 위장 역시 이젠 벗어 던질 때가 됐다. 시도 때도 없이 돈만 있으면 아무나 들락거릴 수 있는 이런 연구원 자릴 아마 이력서에 자랑 삼아 내놓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미국 ○○○대학 연구원’하고 말이다. 차라리 그냥 가 있는 게 솔직해 보인다. 그나저나 그 막대한 미국 체류비는 무슨 돈으로 어떻게 조달하는 것인 지 이도 궁금하다.

열린우리당의 저격으로 낙마한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미국 스탠퍼드대학 객원연구원으로 가 있기 위해 곧 떠날 것이라고 한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동안 국내에 있으면 노무현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우려가 있어 출국한다는 것이다. 그래봐야 미국에 머무르는 게 고작 3~4개월밖에 안된다. 이 짧은 기간에 무슨 연구를 어떻게 한다는 것인 지 참으로 알 수 없다. 미국의 대학은 아무래도 국내 정치인의 국외 단골 피신처인가 보다. 이러다간 진짜 연구원마저 값이 동반하락 하겠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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