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단 한번’이라는 결혼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지만 그래도 결혼이 갖는 의미만은 힘을 잃어서는 안 된다. 요즈음 결혼이 심각하게 약속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고 있다. 성서적으로 결혼은 하나님께서 우주만물을 창조하신 후 가장 아름다운 에덴동산에 친히 세우신 최초의 제도라고 한다. 신성하고 축복받는 의전이기도 하다.
얼마전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했다가 뜻하지 않게 주례를 맡게 됐다. 사연은 이렇다. 신랑신부의 대학은사가 주례를 맡기로 했는데 그만 교통이 막혀 제 시간에 도착이 되지 않은 탓이었다. 예정시각보다 늦게 결혼식이 진행됐다. 부모끼리만 아는 사이라 막상 신랑신부는 입장할 적마다 주례 얼굴보랴, 부모쪽 얼굴보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안절부절하는 기색이 역역했다. 왠 낯선 사람이 주례를 맡았으니 그럴 법도 하다. 사정이 어찌하던 간에 무책임한 일이다. 일생일대 가장 중요한 결혼식을 집전하는 주례가 나타나지 않았으니 큰 결례를 한 것이다.
한 사람이 나고 죽는 과정에서 결혼은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인 것만은 틀림 없다. 주례는 결혼식을 이끌어 가는 주체다. 그 날 예(禮)를 주관하는 주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장터 같은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연출하느냐 아니면 교회 같은 정숙한 분위기를 만드느냐는 것도 주례의 몫이다.
주례는 결혼식의 손님이 아니다. 주례는 결혼식을 주관할 뿐 아니라 신랑신부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앞날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가며 행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로서의 의미를 함께 가진다. 40세부터 시작된 주례 경력은 꽤나 되지만 이번처럼 하객으로 참석했다 주례를 맡기는 처음있는 일이다.
주례 청탁을 받는다는 것은 당사자건 그 부모건 간에 자신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다. 그런 만큼 겸허하게 그리고 진심으로 신랑신부의 앞날을 축복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인생을 여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주례사를 들여 줘야 한다.
“순간은 영원하다”는 말처럼 비록 짧은 시간의 결혼식이지만 그 의미는 영원한 것이다. 신랑신부를 사전에 면담하여 그들의 생각을 읽고 들려 줄 덕담을 준비해야 하는 일이 주례로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인내심과 사랑으로 공고한 가정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지침을 주는 주례는 신랑신부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며 그 책임 또한 큰 것이다.
/김훈동.수원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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