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한 여학생이 수능시험을 치루던 중 인근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투신자살하였다. 이렇듯 11월만 되면 자살에 관한 기사가 어김없이 보도되고 있다. 청소년 자살은 이제 청소년 사망원인 가운데 교통사고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고 한다. 어떤 조사결과에 의하면 청소년은 열등감과 장래에 대한 절망감을 느낄 때, 부모로부터 야단이나 질책을 받았을 때, 학업 및 진로와 관련한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자살 충동을 가장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자살은 신체적 질환보다는 심리적인 문제로 이루어진다. 사실 수능시험을 잘 못 본 것 때문에 자살을 하는 청소년의 경우, 그것은 촉발요인에 불과하다. 그들은 오랫동안 심리적인 고통을 겪어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심리적 고통을 어루만져주고, 달래주고, 해결해 줄 통로가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원하는 대학진학이 마치 장미빛 인생을 보장해 주고, 가족을 포함한 주변의 일시적 또는 만성적인 문제를 일시에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또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에 대학진학에 실패했을 때 자살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첫째로는 자신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주위의 노력이 필요하고, 둘째로는 욕구의 지연과 좌절을 견딜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하며, 셋째로는 갈등, 스트레스, 그리고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며, 넷째로는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여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며, 다섯째로는 필요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살시도를 한 청소년에서부터 자살충동을 한 청소년, 자살을 생각해 본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많은 청소년들이 상담을 받고 자살을 예방해왔다. 그러나 아직도 상담실과 같은 전문기관을 이용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청소년들이 적시에 적절한 전문적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되어 있으면서 적절히 해소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암과 같은 신체적 질환이 찾아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그러나 감기와 같은 신체적 질환으로는 병원을 아무 수치감 없이 당당하게 다니지만, 마음의 병을 앓을 경우에는 전문기관을 찾는 비율이 그리 높지 않다. 솔직히 몸이 아플 때가 많은가 속상할 때가 많은가? 속상할 때 해결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몸으로 아프게 된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불안하면 배가 아프고, 두통이 생기지 않는가? 따라서 마음이 아프지만 자기 스스로, 또는 주변사람의 도움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때 전문가를 찾기를 권유하고 싶다. 청소년자살은 상담이나 전문치료로 예방이 가능하다.
/유순덕.경기도청소년종합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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