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학교신축 무엇이 문제인가

옛 성현들은 교육을 일컬어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했다. 그런데 요즈음 신문지상에서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자녀교육을 위해 전 가족이 이민을 간다는 보도를 접할 때 참으로 씁쓸하고 이 나라의 미래가 걱정스러워진다.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과정 운영에 부합된 설계에 의거 쾌적하고 교통편 등이 좋은 곳에 학교가 신축되어야 하는데, 재원확보도 중요하지만 신축에 따른 이해관계자들의 각종 민원을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고등학교 1개교를 신축할 경우 교지 14,000㎡정도의 토지를 매입하려면 적어도 10~20명이상의 지주를 대상으로 지가보상을 위한 협상을 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원만한 협상이 안되면 민원인들은 집단으로 실력행사까지 서슴치 않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결국 토지매입은 강제 수용까지 가서야 끝을 맺게 된다. 부지가 확보되면 대지 위에 있는 각종 시설물들, 예컨대 컨테이너박스나 임시 가건물 등을 철거하기 위한 지상권 문제가 대두된다. 여기에서 또 한 차례 민원인들과 신경전을 치루고 나면 이제 학교 배치 문제가 제기되는데, 학교는 남향으로 배치되어야 통풍이 잘 되고 난방비가 절약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건강 면에서도 좋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학교 건물을 배치할 때는 당연히 남향으로 설계를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이 또한 문제를 삼는다. 아파트값 하락,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를 들고 나와 또 다시 주민들과 힘겨루기가 시작되어 수차례 협의하다보면 계획된 기간 안에 학교 설립은 불가능하고 학교 개교도 연기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학생들은 과대학교나 과밀학급에서 공부하게 되니 교육여건은 점점 나빠지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되고 만다.

학교는 적어도 백년을 내다보고 우리 아이들과 그 후손들이 배우고 자랄 교육의 장이며 우리나라 미래를 짊어질 일꾼을 길러내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 학교 신축 때 만큼은 서로 양보하는 미덕이 필요하다. 특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경우, 아파트가 조성된 후에 학교를 신축하려면 각종 민원에 시달리기 때문에 적기에 예산을 확보하여 입주 시기에 맞춰 학교가 개교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 대도시의 학교 신축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주축이 되고 지역주민 대표가 공동으로 학교 신축추진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구성하여 학교부지 확보부터 앞장서지 않는 한 교육환경개선은 요원하다. 교육여건개선은 학교신축을 계획대로 추진하느냐 못하느냐가 관건이다.

/김명래.인천시중앙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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