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룡 청와대 인사보좌관이 며칠전 수원에 와서 호남향우회경기도연합회 관계자 10여명과 음식점 회동을 가졌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괴이하다. 청와대 인사보좌관이 굳이 이 친목단체와 음식점 회동을 가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인터넷을 통한 인사 추천을 정 보좌관은 당부했고, 회원들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합당을 얘기해 정 보좌관이 대통령께 보고하겠다고 했다는 것도 이상하다.
청와대 보좌관이라 하여 친목단체와 만나지 말라는 법은 물론 없다. 그러나 하필이면 이 시기에 일부러 찾아가 그같은 화두로 만났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걸맞지 않다.
하지만 바로 보면 납득이 가지않는 대신에 뒤집어 보면 짐작 가는 대목이 없지않다. 정 보좌관은 근래 노무현 대통령이 광주에 들렸을 적에 지역 인사들 앞에서 ‘청와대 실세’라고 추켜 올림을 받은 사람이다. 그가 바로 광주, 호남 출신이기 때문이다.
정 보좌관이 정말 청와대 실세인 지 아닌 지 그런 것엔 관심이 없다. 문제는 그처럼 실세라는 청와대 인사가 동향의 지방향우회를 우정 찾아 회동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내년 총선이 반년도 남지않아 가뜩이나 미묘한 시점이다. 이런 마당에 청와대 인사의 동향인 모임 방문은 뭐라고 말하든 부적절함을 소명하기가 심히 어렵다.
지역감정 타파는 이 정권만의 과업이 될 수 없는 국민적 현안이다. 이러한 지역감정 해소를 유독 혼자 다 해내는 것처럼 내세우는 청와대가 연줄로 동향인 모임을 찾아 다니는 건 자가당착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지방향우회 모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러 든다는 의혹을 사기가 십상이다. 지역감정 타파는 겉무늬의 정치적 구호일 뿐, 속으론 이용이 가능하다고 보는 지역감정은 이용하러 든다는 비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호남향우회경기도연합회는 일찍이 선거 등에 개입한 일이 없는 그야말로 순수한 친목단체다. 전례없이 청와대 같은 권력층에서 공연히 접촉 대상으로 삼을 일이 못된다. 궁금한 것은 정 보좌관이 수원에 와서 또 어딜 다녀가고 누구 누굴 만났느냐는 것이다. ‘인사 시스템 개선에 자리를 가리지 않고 홍보한다’는 발표 내용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그의 행각이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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