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플래치 리드는 소송에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짓말을 일 삼는 변호사다. 그는 또 일 때문에 가족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항상 변명만 한다. 거짓말 때문에 그는 이미 아내와 아들 맥스에게 신용을 잃었다.

플래처는 아들의 생일 파티에는 꼭 참석하겠다고 약속한다. 아들은 기대에 부풀어 친구들을 초대한다. 하지만 거액의 수임료를 챙기고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은 아빠는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실망한 아들은 생일 소원으로 아빠인 플래처가 하루만이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플래처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룻동안 정직한 말만 하면서 생활이 뒤죽박죽된다. 그러다가 법정에서 진심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상대편 의뢰인을 보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미국의 코미디 영화 ‘라이어 라이어(Liar Liar·감독 톰 새디악)’의 줄거리다.

미국의 37대 닉슨 대통령(재임 1969∼1974)은 ‘워터게이트’사건으로 물러났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년 6월 대통령 재선을 위해 비밀공작반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본부에 몰래 들어가 도청장치를 하려다 들킨 사건이다. 닉슨은 처음에 “아니다” 또는 “알지 못한다”고 했지만 나중에 들통나 결국 탄핵을 받고 물러났다.

미국과 일본의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이 가장 무서워 하는 낙인이자 최상급의 욕은 ‘거짓말쟁이’라고 한다. 거짓말쟁이로 한번 낙인 찍히면 닉슨 대통령처럼 공직생활은 끝장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나라별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133개국 중 50위로 지난해보다 10계단 떨어졌다.

모든 부패는 거짓말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에서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하는 계층이 정치인들이라고 하면 아마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요즘 한국정치판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면 거짓말들을 하도 많이 하여 국민이 오히려 불안하다. 영화 ‘라이어 라이어’의 플래처 아들처럼 하루만이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해도 씨가 안먹힐 게 분명하다. 우리 정치판, 도대체 왜 이러는가.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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