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정신요양원

정부가 양성화 대상으로 삼아 조건부로 신고를 받아준 비인가 정신요양시설에서 수용자들이 극심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인권운동사랑방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7개 단체로 이뤄진 ‘조건부신고 복지시설 생활자 인권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준비위원회’가 3개월간 조사한 실태를 보면 한 마디로 정신요양원이 아니라 감옥보다 더 절망적인 ‘인권유린소’다. 이런 비인도적인 곳의 신고를 어떻게 받았는 지, 또 관계 당국은 그동안 실태 파악은 왜 안했는 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200여명을 수용하고 있는 양평의 S정신요양원의 경우, 외부로 통하는 철제 현관문에 자물쇠를 채워놨고, 내부 구조는 ‘ㅁ’자형의 감옥과 같은 폐쇄구조였다. 관리인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징벌방’에 감금한 채 다리를 꼬고 앉은 자세로 열흘에서 석달동안 가둬 놨다니 노예수용소가 따로 없다.

화장실은 가리개도 없이 완전 개방돼 있으며 특히 정신질환자와 알코올중독자를 한방에 수용해 폭력이 빈발했다고 한다. 가족과의 면회 때는 관리인이 반드시 입회, 대화내용을 기록하는 바람에 환자들은 감금·폭행 사실을 발설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130여명을 수용하는 충남 연기의 E사랑의 집도 이름과는 달리 ‘증오의 집’이다. 준비위가 촬영, 공개한 영상에 비친 한 여성 수용환자는 한 평짜리 좁은 독방에서 이불 하나만 덮은 채 몸을 떨고 있었고, 이 독방에는 한 줄기 햇빛과 바람이 들어 올 창문조차 없었다. 3~7일간 음식 뿐 아니라 물도 제대로 주지 않고 굶겼다니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문제는 시설의 영세성 등으로 각종 장애인들을 무분별하게 수용해 감금·폭행을 일삼은 두 곳이 2005년 7월말까지 적정규모와 시설 등 자격기준을 갖추면 정식 인가해주기로 한 전국 962곳의 조건부 신고 사회복지시설들 가운데 일부라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조건부 신고 복지시설은 물론 미신고 사회복지시설 양성화 정책은 재검토돼야 한다. 아니면 국가에서 전적으로 운영해야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는다. 민·관, 특히 환자 가족들이 입회하는 합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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