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시계'

“저 시계가 좋다. / 고장나 버린 저 시계가 좋다. // 너무나 정확해서 오차가 없는 / 규칙적인 디지털 시계보다, / 조금씩 조금씩 뒤처져서 / 이미 지나간 타인의 일상을 쫓아가는, / 조금 더디게 돌아가는 / 고장난 저 탁상시계가 좋다. // 규칙과 규율에 항상 매인 / 기계처럼 움직이는 / 나보다 / 아아 / 조금씩 더디게 가며, / 푸른 하늘을 보고 / 푸른 바다를 보고 / 푸른 나를 돌아보는 / 꿈을 꾸는 자유로운 내가 좋다. // 조금씩 조금씩 / 더디게 살아가지만 / 하루를 온전히 돌아가는 / 고장난 저 시계처럼 / 나도 / 조금씩 뒤처져 가지만 / 하루를 온전히 채우며 사는 / 자유로운 내가 되고 싶다.” - 김내리 詩 ‘고장난 시계’

사단법인 시사랑문화인협의회(회장 최동호)가 지난 11월 22, 23일 이틀간 제주도 북제주군 한림읍 예올문화원에서 가진 제2회 시사랑 도서순회 시낭송회 때 제주도 신창중학교 2학년 학생이 낭송한 작품이다.

이날 시낭송회에 참석한 최하림 맹문재 홍해리 한기팔 여태천 조윤희 장석원 박찬 임병호 최동호 조옥순 노춘기 김용길 박덕규 허형만 조정권 시인 등은 ‘고장난 시계’를 듣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학교 공부에, 학원수업에 쉴틈 없는 중·고등 학생들의 일상이 그대로 전달된 이 詩는 교사, 학부모 등 참석자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고장난 시계처럼 조금씩 더디 가더라도 “푸른 하늘을 보고 / 푸른 바다를 보고 / 푸른 나를 돌아보는 / 꿈을 꾸는 자유로운” 내가 되고 싶어하는 이 중학생의 소망이야말로 한국 전체 청소년들의 꿈일 것이다.

“어제는 내 꿈 속에도 / 할아버지께서 들어오셨습니다. / 오늘 할아버지 무덤 위 풀을 뽑으니 / 바람결에 할아버지 웃음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 ‘성묘’ 중 3련

詩’ 사진 속으로’의 진종현 학생, ‘바람처럼’의 이진아 학생, ‘성묘’의 김상현 학생, ‘유리창’의 고혜령 학생의 시심도 제주섬 바다빛처럼 맑고 아름다웠다. 성인들이 중학생들의 시를 읽으면서 삶을 배워야 할 것 같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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