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회견, 실망스럽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기자회견에서 밝힌 ‘10분의 1’ 해명에 새로운 건 없다. 알아두어야할 것은 대통령의 말은 어떤 형식이고 어떤 내용이든 대통령의 품격과 연관된다는 점이다.

회견 내용이 새로운 건 없지만 대개 다음 세가지로 정리되는 것 같다.

첫째는 10분의 1 발언은 한나라당 불법자금보다 적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지만 기왕 내친 김에 결과가 그렇게 나타나면 재신임 절차없이 지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를 알아야 한다. 10분의 1이 안된다고 하여 도덕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세간에서는 큰 도둑이나 좀도둑이나 다같은 도둑으로 비유하고 있다. 또 10분의 1이 넘는다고 하여 대통령직 사퇴에 규제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스스로 사퇴하는 것은 임의에 속한다. 하지만 그때 가선 10분의1 기준을 두고 말이 또 달라질 것으로 본다. 공연히 검찰수사만 더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측근비리 특검은 검찰이 수사 중임을 들어 반대했던 대통령이 대선자금 특검을 말하는 것도 자가당착이다.

둘째는 측근들의 불법자금 연루가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대목이다. 이 역시 처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이런 말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뭐가 부끄럽고 무엇이 미안한가를 밝힐 의무가 있다.

이회창씨(후보)는 검찰에서 불법자금 동원은 자신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물론 구체적 자금 내역은 다 몰랐을 지 몰라도 포괄적으로는 인지하고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럼 노무현씨(후보)는 어떠했는가가 국민이 갖는 의문이다. 불법자금 동원을 측근에 지시한 것인 지, 구체적 내역은 몰라도 포괄적으로는 인지하고 있었는 지에 대한 해답이 있어야 하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있다. 검찰수사 결과가 나온뒤에 밝히겠다는 것은 꿰맞추기 해명밖에 안된다.

셋째는 검찰조사를 받겠다는 점이다. 이 또한 한 두번 한 말이 아니다. 불법 대선자금에 관한한 승자도 패자도 다 똑같은 반열에 서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대통령은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겠다고 하였으나, 이 역시 조사받아야 할 입장에서 검찰의 재량을 미리 재단하는 것은 부당하다. 대통령의 형사면책 특권이 실체적 진실 규명에서 제외될 수 있는 성역은 아니다. 혐의가 성립되면 퇴임 후에도 공소 제기가 가능하다.

이상 세가지의 문제점을 털어야 정치발전을 발목잡는 대선자금의 악령이 추방된다. 또 이래야만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진짜 정치개혁을 이룰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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