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어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는 유력 인사들의 이름을 풍자한 신조어가 유행중이다. 명사인 ‘러미’는 이라크 침공에 앞장선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의 애칭인데 “준비나 계획없이 저지르는 위험”을 뜻한다.

용예를 든다면 “그들은 곡괭이 한 자루와 약간의 초콜릿만 지닌 채 에레베스트산을 오르려 했다. 그건 정말로 ‘러미’다”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러미는 또 불필요하게 친구나 맹방을 공격한다는 뜻의 동사로도 쓰이고, 다른 사람들의 말이 들리지 않도록 해주는 머리덮개를 뜻하기도 한다.

형용사인 ‘체니(딕 체니 미국 부통령)스럽다’는 음흉하고 어두우며, 위협적이란 뜻이다.

파월장군(온건파 클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주로 외부인을 감동시키기 위해 만든 것으로서 내부적으로는 별 쓸모가 없는 장식물을 말한다. “구석에 있는 파월 장군을 치울 때가 됐다고 생각하는데 어때?”라는 용례가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주도한 신보수세력을 뜻하는 ‘네오콘’은 정교하고 세밀하며 매우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술수라는 뜻의 명사다.

‘슈워제네거’(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당선한 할리우드 액션스타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종종 충동적인 정치적 행동을 낳는 지나치게 발달한 근육질을 뜻하며, ‘부시’는 단임 대통령이란 명사다.

“그는 처음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4번 연임한 미국 대통령)처럼 보였으나 결국 또 하나의 부시가 되고 말았다”는 표현이 있다. 미국에선 현 부시 대통령도 걸프전 때 엄청난 인기를 누렸으나 경제문제로 재임에 실패했던 아버지 부시를 닮아가고 있다는 얘기들이 많다고 한다.

이런 신조어를 내놓은 사람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제라드 베이커다.

베이커의 신조어를 빌려 한국정치판을 풍자하면 ‘러미’ ‘체니스럽다’ ‘파월’에 해당되는 위인들이 참 많다. 특히 ‘체니스러운’ 정치인이 압도적이다. 국민은 ‘네오콘’ 같은 정치인도 잘 구분해야 한다. 술수에 능란한 게 좋은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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