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공관 비리 관행을 근절하라

재외공관 근무경험이 있는 외교통상부의 몇몇 직원이 부(部) 내부 통신망을 통해 고발한 공관장과 고참외교관들의 비리 행태는 한마디로 추잡스럽다. 소위 ‘국제 신사’라는 외교관들이 이렇게 치사한 방법으로 공금에 손을 댔다니 참으로 치졸하다.

요즘 그렇지않아도 동남아 국가와 중국 등의 공관 직원들이 한국에 들어오려는 현지인 브로커로부터 돈 받고 비자 발급 서류 등을 위조해 밀입국 시키는 ‘비자 장사’를 하고, 공관장들의 카지노 등에서의 도박행위, 공관 경비를 ‘활동비’로 유용해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행위 등이 속속 드러나는 중이어서 이번 내부 폭로는 더욱 실망이 크다. 마치 썩은 생선에 달라 붙는 파리떼들 같아 역겹다.

1박2일 출장예정인데 2박3일로 출장비를 끊어 차액을 챙겼는가 하면, 겸임국 신임장 제정을 위해 동부인 출장시 딸을 동반했다. 문제의 외교관은 이를 위해 출장계획서와 지불결의서에 공관 근무 직원의 이름을 함께 올려 출장비를 탄 뒤 직원 대신 딸을 데려 갔다고 한다.

공관 관저에서 만찬을 하면서 사람 수를 부풀려 추가 경비를 착복하는 사례도 있었다. 외교관이 몇 백 달러를 착복하기 위해 ‘밥장사’를 한 셈이다.공관 직원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하기야 오죽하면 이런 비리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겠는가.

“추악한 상사 때문에 나도 더러워졌다”고 고백은 했지만, 상사들의 비리를 답습했다는 사실도 간과할 사안이 아니다. 모든 외교관들의 근무 행태가 똑 같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런 부조리가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는 데 심각성이 더 하다. 이번에 재외공관장의 치부가 알려지자 외교부 내에서 “뭐 그런 것 까지…”하는 반응이 대다수였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물론 외교부 뿐만은 아닐 것이다. 공직사회에서의 비리 관행은 아직도 많다. 예컨대 출장을 가지 않으면서 출장부를 달아 놓고 그 돈을 모아 과비로 쓰는 경우, 야근하지도 않고 야근 수당을 타는가 하면, 연구비로 사물(私物)을 구입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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