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세모를 보내면서…

인간사는 유상하여도 세월은 무상하다. 이리 하다보니 올 한해도 저물어 가는구나. 21세기의 여명을 예찬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2003년의 세모를 맞고 있다.

인간의 삶이 뭔가. 전체주의 사회가 아닌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선 개인의 행복 추구권이 우선된다. 각기 저마다의 생활, 그리고 가족과 가정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사회발전과 국가발전이 이룩된다. 국가발전을 가져오는 것은 ‘개인의 자비심이 아니라 개인의 이기심’이라는 아담 스미스의 설파는 이래서 지금도 적중한다. 여기서 다만 염려되는 것은 개인의 이기심이 남의 이기심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나의 이기심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남의 이기심 또한 보호함을 알아야 나의 이기심 역시 침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세태가 참으로 어지럽다. 예컨데 자기 자식을 던져 죽이고 제 아비를 때려 죽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던 때가 지금처럼 심각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역시 인간사회 속에 존재한다. 세상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정치가 아무리 무슨판 같아도, 경제가 아무리 어렵고 어려워도, 사회가 아무리 혼돈하여도, 문화가 아무리 권력화하여도 우리는 인간사회가 있으므로 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성이다. 사람이 인성을 잃으면 그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더불어 살기가 무척 어렵다. 세모는 인성 발현의 성찰을 요구한다. 개인적으로는 과연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가, 가정의 일원으로는 얼마나 충실한 노력을 기울였는가, 사회적으로는 과연 얼마나 가치행위를 창출하였는가에 대한 저마다의 반성이 있어야 하겠다.

물론 충분한 자기만족의 결론은 없다. 또 있을 수도 없다. 하지만 이같은 자기 성찰을 통하여 보다 나은 새해를 다짐해야 하는 것이 우리네 인간사다.

우리들 다 같이 이 세모를 보내면서 좀더 겸허하면서 좀더 자긍심을 갖자. 아울러 불의에는 그게 권력일지라도 더욱 용기있게 대하고, 약자에게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일지라도 따뜻한 마음을 갖자.

여러가지를 생각케하는 세모가 다가오고 또 가고 있다. 올 한해가 얼마 남지 않아 가는 세월 속에서 더욱 소중하다는 생각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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