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살자'

‘웰빙(Well being)족’은 몸과 정신의 건강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인생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영위하려는 사람들을 말한다. 자연·건강·안정·여유·행복이 웰빙족을 특정 짓는 단어들이다. 이들은 고기 대신 생선과 유기농 식품을 주로 먹고, 화학조미료와 탄산음료를 꺼린다. 동시에 요가와 단학, 아로마 테라피 등을 통해 심신의 안정을 꾀한다.

산업계에서 웰빙 바람이 가장 거센 곳은 신체건강과 직결되는 제품을 생산하는 제식품업계다. 웰빙족은 가격보다 품질을 우선시했고 식품업체들은 상향 조정된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무공해·유기농 재료를 사용한 제품을 쏟아냈다. 올해 유기농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2∼3배나 비싸지만 불티나게 팔렸다.

현대인에게 값싸고 간편한 음식을 제공하며 사랑받아 온 패스트푸드점은 이제 냉대받기 시작했다. 라면업계도 기름에 튀긴 면을 생면으로 바꾸고, 재료를 다양화하면서 웰빙족에게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웰빙족은 음료시장의 판도도 바꿔 놓았다. 최대 판매량을 자랑하던 콜라의 올해 매출액은 18%나 급감했고, 커피 음료도 된서리를 맞았다. 반면 녹차음료와 주스·두유·생수 등 건강지향성 음료는 경기침체를 무색케 했다. 특히 칼슘·검은콩·깨 등을 넣은 분유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유업계의 오랜 고민이던 분유재고를 해결했다.

화장품업계도 ‘자연주의’를 내걸고 웰빙족을 부르고 있다. 피부에 자극이 없다는 천연 소재를 사용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했고, 친환경 포장도 눈길을 끈다. 패션업계는 천연 섬유와 기능성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늘리고, 디자인과 색상에서도 편안함을 강조하고 있다.

‘잘 먹고 잘 살자’는 깃발을 내걸고 한국사회의 전면에 등장한 웰빙족은 새로운 소비문화를 제시하며 산업계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잘 먹고 잘 살자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본래의 뜻과는 달리 웰빙이 고소득층의 사치스런 소비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없는 건 아니다. 내 돈 내가 쓰며 내가 먹고 싶은 음식 내 입맛에 맞게 골라 먹는데 참견하지 말라는 웰빙족이 더러 있는 탓이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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