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몰이를 자청하고 나선 ‘대통령’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는 것은 한나라당을 도와 주는 것…” 한나라당의 타이타닉호 비유 등, 이런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 발언은 심히 적절치 않다. 이는 총선출마를 위해 사표를 낸 박범계 전 청와대 비서관 등 6명에 대해 격려할 수 있는 덕담의 수위을 넘어섰다. 마치 열린우리당 총재를 방불케 한다. 여당 대표일지라도 그렇다. 당 대표실이 아닌 대통령 관저에서 대통령으로서 할 얘기가 못된다.

그러나 정치권끼리의 문제이므로 여기서 더 언급할 생각은 없다. 정작 문제인 것은 대통령의 ‘바람론’이다. “선거는 구도도 중요하고 바람도 중요하다”면서 “내가 바람이 일도록 하고 여러분에게 득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총선을 공명정대하게 치르겠다”는 얼마전의 대통령 말을 믿기가 심히 어렵다.

사실상의 여당이라는 열린우리당을 위한 바람몰이를 대통령이 자청하고 나선다면 그 역시 선거운동이다. 한쪽의 주장노릇을 노골적으로 들고 나오는 심판을 관객더러 믿으라는 것은 무리다. 다가오는 총선 분위기의 혼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 간과키 어려운 것은 대통령의 바람이란 것에 대한 인식이다. 선거에 바람이 있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바람은 어디까지나 이성보다는 감성에 치우친다. 지각적 판단이 아닌 감각적 느낌인 것이 바람이다. 이러므로 대중의 감각적 자극을 위해 부단히 작용하거나 쇼맨십을 일삼는 인기몰이가 횡행하기도 한다.

대통령은 아마 지난 대선에서 당선된 게 바람몰이가 상당히 주효했던 것으로 여기는 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도 알아야 한다. 당시 노 후보를 찍은 것을 후회한다는 유권자가 40%에 이른다는 어느 여론표본조사 결과가 보도된 적이 있다. 선거에서 바람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대통령이 총선에서 일으키겠다는 바람이 뭣인지는 아직 잘 알수는 없으나 무슨 착각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든다.

민중을 설복시키거나 감동케하는 데는 진실 이상으로 더 좋은 왕도는 없다. 좀 더 겸손하고 좀 더 솔직하면서 측근의 부정과 그간의 실패를 자신의 책임으로 인정하는 가운데 가시적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과는 비교가 될 수 없는 상지상책임을 알아야한다.

대통령은 “ (선거구도에) 이대로는 안된다는 자연스런 정서가 생겨야 바람이 불게된다”고 말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은 이미 민중의 정서로 싹터있다. 바람이 자칫 부메랑이 될 수 있는 점을 대통령은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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