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끝난 TV드라마 ‘완전한 사랑’(김수현 극본)이 주부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남편을 끔찍이 사랑하는 영애(김희애)가 특발성 폐섬유증이라는 불치병 판정을 받고 6개월의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 삶을 마무리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아내밖에 모르는 남편 시우(차인표)는 포기하지 말자며 입원치료를 애원하지만, 영애는 무의미한 치료를 받으며 시간을 낭비하느니 가족곁에서 생을 마감하겠다고 한다.
이 드라마를 지켜보는 동년배의 주부들은 “내가 만일 죽음을 앞두게 된다면…”하는 상황을 그리며 ‘아름다운 죽음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해 보기도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사람은 죽는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고, 태어나서 죽는다는 것은 하나의 이치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죽음을 잊고 지낸다. 만약 그렇게 믿는다면… 오늘과는 다른 삶을 살고있을 것이고,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당장 어떻게 죽을까를 고민할 것이고, 아름답게 생을 마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기억에 남는 책중 하나인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죽음을 두려워 하지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멋지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주인공은 죽는 순간까지 웃으면서 베풀고 주변 사람들에게 가슴 뜨거운 감동을 전한다.
‘아름다운 죽음’을 가르쳐주는 이 책은 루게릭 병에 걸린 모리라는 노은사와 함께 나눈 지상에서의 마지막 시간들을 제자 미치 엘봄이 정리한 글이다. 모리가 세상을 떠나기 전 서너달 동안 매주 화요일에 만나 인생의 의미에 대해 가진 수업(?) 내용을 적었다.
사회학과 교수인 모리 슈워츠는 사지를 쓰지 못하다가 결국은 숨쉬기도 힘들어지는 루게릭 병이라는 희귀한 병을 앓는 죽음을 앞둔 환자다. 그런 그가 살아있는 우리들에게 살아있음의 의미, 죽어감의 의미를 들려준다.
모리 교수는 시한부 생명 선고를 받은후 시름시름 앓다 사라지기 보다는, 자신의 죽음을 삶의 중심이 될 마지막 프로젝트로 삼고 싶어한다. 그는 ‘누구나 죽는 것이니 기왕이면 자신의 죽음을 대단히 가치있는 일로 승화시킬 수 없을까’를 고민한다. 그리고는 제자에게 얘기한다. “천천히 참을성있게 생명이 사그러드는 나를 연구하시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 보시오. 나와 더불어 죽음을 배우시오”라고.
노교수는 ‘어떻게 죽어야 할지 배우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울 수 있다’면서 자신의 죽음을 통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따뜻한 지혜를 배우라고 나지막히 설파하고 있다. 세상, 후회, 죽음, 두려움, 돈, 결혼, 가족, 사회, 사랑, 용서, 의미있는 삶….
이것을 통해 독자들은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곱씹어보게 된다. 세상이 중요하다고 떠들어대는 무의미한 것들에 매달리는 대신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동정하고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게 된다. 또 사는 것과 함께 나이 들어 가는 것, 죽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배우게 된다.
헐레벌떡, 또 한해가 지나고 있다. ‘사람은 인생에 흔적을 남겨야 한다’며 이제까지의 인생에, 혹은 올 한해 뭘 남겼느냐고 종종 곤혹스런 질문을 하는 어느 교수님의 말이 생각난다. 이것이다, 자신있게 내세울 것도 없으면서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온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한해의 끝자락에서 모리 교수가 한 말이 가슴을 울린다. “의미없는 생활을 하느라 바삐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 자기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느라 분주할 때 조차도 반은 자고 있는 것 같다구. 그것은 그들이 엉뚱한 것을 쫓고있기 때문이지. 자기의 인생을 의미있게 살려면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바쳐야하네.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헌신하고 자기에게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을 창조하는데 헌신해야 하네”
/이연섭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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