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폭탄주’의 공통점은 폭약과 뇌관으로 사용되는 두 종류의 술을 섞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위스키를 마실 때 물이나 얼음에 희석해 마신다. 사람이 술의 맛과 향을 가장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 알코올농도는 20도 정도라고 한다. 전문가들이 실험실에서 위스키의 향을 판정할 때도 20도로 낮춰 맛을 감정한다. 이를 감안하면 위스키를 물에 희석해 마시는 음주법은 대단히 과학적이다. 소주에 물을 타서 마시는 일본인들을 본 적도 있다.
폭탄주의 알코올농도는 위스키 양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8∼10도 정도로 조절된다. 위스키와 맥주의 주원료는 보리로 같다. 그러나 술의 성질은 완전히 다르다. 우선 맥주는 자체의 맛과 향이 진한 술이다. 호프 본래의 쓴 맛이 살아 있고, 발효과정에서 알코올 이외에 부산물로 생산된 200가지의 화학성분이 그대로 녹아 있다. 반면 위스키는 증류를 통해 알코올 이외에 부산물을 걸러낸 맑은 술이다. 이를 오크통에 넣어 숙성과정을 거친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 위스키는 맛과 향이 다른 30∼40종류의 위스키 원액을 섞어서 만든다. 예민한 미감을 지닌 블렌더가 맛과 향을 조절한다.
이처럼 성질이 전혀 다른 맥주와 위스키를 섞으면 폭탄주가 되는데 지갑이 가벼운 주당들은 맥주에 소주를 섞어 마신다. ‘맥소’ 또는 ‘소맥’으로 불린다. 막걸리에 소주를 섞어마시는 ‘막소’도 있고, 코피에 소주를 타서 마시는 ‘코소’라는 폭탄주도 있다. 웬만한 주당들도 폭탄주 몇잔 마시면 금방 취한다. 정신건강은 별탈 없겠지만 신체건강에 좋을 리 없다.
사람들은 술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마시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직장인들 중 술에 약한 사람들은 회식을 두려워 하기도 한다. 바로 폭탄주 때문이다. 오죽하면 한국은행의 한 직원 아내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연말을 맞아 직급이 높은 사람이 권하는 술 때문에 남편의 간이 상해가는 것을 보면 그대로 있을 수가 없다”며 “폭탄주를 강요하는 남편의 상사를 몰아내달라”고 호소했겠는가. 하지만 직원들끼리 술도 못 권하는 사회가 돼가는 것 같아 유쾌하지는 않다. 폭탄주가 아니면 괜찮을는지 모르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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