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어 중 ‘육적(六賊)’, 즉 여섯가지 나쁜 일은 이렇다. 첫째, 신하가 대규모로 궁실·누각·정자를 짓고 노래와 춤을 즐기게 하여 임금의 덕을 손상시키는 일이다. 둘째, 백성이 농사 짓고 누에 치는 일에 힘쓰지 않고 방탕하게 놀며, 국법을 위반하면서 관리의 지도에 따르지 않는 일이다. 셋째, 신하가 붕당을 만들어 어질고 지혜로운 사람을 가로 막아 임금의 총명을 가려 임금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일이다. 넷째, 선비가 반항과 위세로 다른 나라의 군주들과 교제하면서 자기의 임금을 중하게 여기지 않아 임금의 위엄을 손상시키는 일이다. 다섯째, 신하가 벼슬과 지위를 경시하며 관리를 천하게 여기고, 임금을 위해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을 부끄러워 하여 공신의 노고를 손상시키는 일이다. 여섯째, 종친이 가난하고 약한 자들의 재물을 빼앗고 그들을 업신여겨 서민의 생업을 손상시키는 일이다.
일곱가지 나쁜 자, 즉 ‘칠해’의 첫째는, 아무런 지략이나 책략도 없으면서 상과 높은 벼슬만을 탐내 경솔하게 전쟁을 벌여 요행으로 승리하기를 바라는 者다. 둘째, 헛이름만 있고 실질은 없으며, 나갈 때와 들어올 때의 말이 다르다. 어진 사람은 덮어버리고 악한 사람은 치켜 세우며, 나아가고 물러감을 교묘히 하는 자다. 셋째, 자기의 몸과 의복을 일부러 검소하고 남루하게 하여 이름도 이익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는 위선자다. 넷째, 기이한 차림새와 말재주로 헛된 논의만 일삼으며, 선한 얼굴로 위장, 궁벽한 곳에 거처하면서 시속을 비방하는 자다. 다섯째, 참소와 아첨으로 관직을 얻고, 큰일은 도모하지 아니하나 이익이 있으면 움직이며, 고상한 말과 헛된 논의만 임금에게 늘어놓는 자다. 여섯째, 장식을 하고 갖은 기교로 호화롭게 꾸며 농사에 지장을 주는 자다. 일곱째, 허위의 방술, 이상한 기술, 방자한 방법 등으로 남을 저주하며, 사악한 도술과 상서롭지 않은 말로 선량한 백성들을 현혹시키는 자다.
왕도야 따로 있지만 신하된 신분으로 이 ‘육적칠해’에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완전한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이제는 가식을 버리자. 2004년 올해는 원숭이해 갑신년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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