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체벌

"운동선수 지도에 가끔 말썽이 되는 게 체벌이다. 감독이 선수들에게 육체적 고통을 주는 토끼뜀이나 허리를 구부려 머리를 땅 바닥에 댄 채 두 손은 뒷짐 지게하는 이른바 원산폭격 같은 기합을 넣는 수가 있다. 심한 경우에는 매를 때리기도 한다.

일본 여자배구 대표팀이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국내 여자배구 대표팀과 게임을 가졌을 때다. 일본팀이 한참 뒤지자 고지마 감독은 작전 타임을 요청했다. 선수들을 불러들인 그는 뺨을 차례로 냅다 갈기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작전 지시는 한마디도 없이 코트로 내보냈다. 관중은 물론이고 체벌을 예사로 알던 국내체육인들도 눈이 휘둥그래진 광경이었다.

고지마 감독은 여자배구에서는 처음으로 유도의 전방회전낙법처럼 몸을 던지며 상대의 볼을 받아치는 롤링 리시브를 주입시킨 사람이다. 훈련시에 두어명을 엎드리게 하여 뛰어넘는 강도높은 이 훈련이 일본 여자배구에서 성공하자 다른 나라에서도 비로소 시작했다. 고지마의 뺨 때리기는 기합을 넣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1980년의 일이다. 지금은 턱도 없는 일이다. 선수 지도에 그땐 주입식이 통했지만 이젠 아니다. 현대의 선수 지도는 개발식이다. 스포츠의 과학화가 이리하여 요구된다. 선수마다 지닌 장점을 최대한 살려주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선수 개개인을 상세히 파악할 줄 아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기술지도만이 아니고 정신지도도 마찬가지다. 무턱대고 기합만 넣으면 선수들로부터 무식한 감독이라는 소릴 듣기가 십상이다. 이러므로 스포츠 지도자는 심리학자가 되어야 한다. 칭찬과 질책을 적절히 구사하면서 분위기를 띄울줄 아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 자신이 공부를 부단히 해야한다. 개인적 감정이 섞이지 않는 순수한 약간의 체벌이라면 전혀 필요치 않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그 일본 여자배구 선수들도 게임이 끝나자 고지마 감독을 무동 태우며 환호하던 게 생각난다. 그래도 이젠 주입식은 안된다.

도내 어느 고교 축구팀이 중국에서 훈련 중 감독이 선수들에게 몽둥이 찜질을 했다는 현지 보도의 소식이 매우 우울하게 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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