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사이트

“일제 강점기에 행복했다” “이완용 등 친일파들은 모두 애국자다” 일본인들의 망언이 아니다. 요즘 인터넷 카페에 올라오는 정신 나간 일부 한국인들의 글이다. 이것 참 야단 나도 보통 난 게 아니다.

ID ‘KFC’에 의해 2002년 11월 개설된 ‘더러운 조센징’이란 카페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글들은 한국을 비난하는 내용과 일본에 대한 맹목적인 찬양으로 도배질돼 있다. 회원이 2만명이 넘는 이 사이트에서는 일부 일본인들이 한국인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조센징’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황국신민에 대한 진실’이란 친일 카페가 등장해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강변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제주도도 일본 땅’이라는 어이 없는 난상토론 게시판까지 개설했다. 이완용의 사진을 자랑스럽게 일장기와 함께 내걸고 있는 카페가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친일카페가 인터넷에 10개가 넘고 회원수도 사이트별로 최소 1천명이 넘는다.

문제는 유사 사이트들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인의 친일 주장에 동조해 또 다른 네티즌들이 친일 카페를 만들기도 하고, 자신의 카페에 ‘한국이 망하거나 일본의 속국이 되어야 한다’는 엉뚱한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야말로 반민족적인 이런 친일사이트는 1994년 한 친일 작가가 ‘일본을 존경하는 마음’이란 카페를 만들어 일제 강점기를 미화했던 데서 비롯됐다. 당시 이 카페는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로 폐쇄됐지만 대다수 네티즌들이 친일 주장에 이성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욕설을 올리는 것은 재고해야 할 점이다. 그들의 작전에 휘말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이버 친일파들은 한국의 부조리한 면만을 들추어내 한국인들을 분노하게 만든 뒤 관심을 끌게 하고 있는 수법을 동원한다.

어쩌면 친일 사이트 운영자들은 한글과 우리 역사를 잘 아는 일본인일 수도 있다. 현재로는 카페를 폐쇄할 뚜렷한 규정이 없다고 하니 그들의 주장을 무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신 나간 자(者)들과 백번 얘기해봤자 스트레스만 쌓인다. 제 풀에 주저 앉게 만드는 방법은 무대응밖에 없다.

/임병호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