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와 ‘실미도’

"영화 ‘실미도’가 1천만 관객을 돌파한데 이어 ‘태극기 휘날리며’가 선풍적 화제에 올랐다. 내키지 않았다. 이런 영화를 본다는 것이 괜히 휩쓸림을 당하는 것 같아서였다. 보나마나 이상한 좌경영화일 거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실미도’에서 ‘적기가’가 두번 나온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은 저들을 고무찬양한 건 아니다. 처음은 실미도 내무반 안에서 한 대원이 혼자 흥얼거리듯 불렀다. 그 대원은 평양 잠입을 생각해가며 무료함을 달랜 것이다. 그들에게 ‘적기가’는 인민군을 위장하기 위해 이미 입에 붙도록 배운 것이다.

또 한 번은 전 대원이 ‘적기가’를 합창한다. 버스를 탈취하여 부대 해체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서울시내로 달리던 중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들을 무장공비라고 허위 보도하는 걸 듣고난 뒤다. 그래서 부른 ‘적기가’는 기막히도록 허탈한 심정에서 자신들의 처지를 그렇게 탄식한 트릭일 수 있다.(다만 부대원들 사살 명령은 확인되지 않은 작품상 줄거리다.)

‘태극기…’에서 젊은이들을 국군으로 강제 징병한 것은 사실이다. 우익단체가 용공 인사들을 부역으로 몰아 학살한 것도 맞다. 그러나 저들도 인민군으로 끌어 가고 우익 인사들을 인민재판이랍시고 벌여 학살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양쪽에서 억울한 사람이 많이 죽어갔다.

영화에서 우리쪽의 강제 징병과 학살 장면만 있고 저들이 잘못한 것은 왜 없느냐는 얘기, 그래서 용공영화라는 건 잘못된 것이다. 작품 내용의 전반으로 보아 그런 비난은 무리다.

‘지지대子’는 6·25를 중학생 때 겪으면서 인민공화국 치하에서 3개월을 살았다. ‘적기가’도 배웠고 인민재판하는 것도 보았다. 이에 앞서 초등학생 시절 해방 직후의 우익 및 좌익간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도 목격하였다. 반공은 건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불가피했던 한 시대의 산물이다. 반공투쟁을 지금도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반공을 해야했던 과거의 시대사를 왜곡하고 부인하는 덴 분노를 금치못하는 보수주의자다.

‘실미도’와 ‘태극기…’는 이념의 갈등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보여준 괜찮은 영화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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