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秦)나라 함양의 아방궁을 먼저 점령한 유방은 궁궐안에 가득한 가지가지 보물을 손하나 안대고 그대로 물러났다. 뒤늦게 입성한 항우는 보물을 마구 약탈하고는 마침내 불까지 질렀다. 유방이 나중에 항우를 물리치고 한(漢) 나라를 세운 건 이런 데서 민심을 얻은 게 크게 작용하였다.
외신은 사담 후세인의 소장품이 날개 돋친듯이 팔린다고 전한다. 미군이 바그다드에 입성할 당시 후세인이 도망친 대통령궁으로 몰려간 시민들이 닥치는대로 약탈한 물건들이다.
이탈리아제 구두는 100달러, 사냥모자는 300달러, 버버리 재킷은 500달러 등 후세인 소장품은 무엇이든 다 돈이라는 것이다. 취미삼아 수집한 총기류와 도류(刀類), 골동품, 외국의 지도자들로부터 받은 각종 선물, 후세인 일가가 타고 다닌 승용차 등 암시장에 쏟아진 후세인 소장품은 이밖에도 무수하다.
미군들도 바그다드 입성 와중에 후세인의 물건에 손을 댄 병사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약탈한 물건을 가지고 나가면 군법회의에 돌린다는 엄중한 경고로 제자리에 내다 버리듯이 했다는 것이다.
미군에 붙잡힌 몸으로 극비 안가에서 전범 신분의 문초를 받고 있는 독재자의 말로는 금은 보화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말해 주고 있다.
1960년 자유당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4·19 의거 때, 당시 ‘서대문 경무대’(청와대)라고 했던 자유당의 2인자 이기붕 의장 집이 시위대의 습격을 받았다. 물론 이 의장 일가는 피신한 뒤다. 흥분한 군중은 가재도구 집기 등을 충정로 거리에 내다 쌓아놓고 불을 질렀다. 소문은 금송아지가 나왔을 것이라는 등 별의별 말이 다 있었으나 막상 귀중품을 약탈하였다는 말은 없었다.
지금은 강도를 당하고도 경찰에 신고를 못하는 부정축재의 권력층 주변이 있다. 그 좋은 금은 보화며 돈이 그들에게 재앙인 것은 서민들에겐 꿈같은 얘기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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