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 남용

"장(長)을 경음화한 ‘짱’이라는 말은 교내 불량배를 가리키는 비속어였다. 교실에는 민주적으로 선발된 반장이 있듯이 힘으로 된 ‘반짱’이 있다. 또 학교장(교장)을 ‘학교 짱’이라고 발음하면 교내 짱들을 평정한 ‘짱 중의 짱’을 의미한다.

‘짱’이란 말과 동의어로 ‘캡’이 있다. 명사로도 쓰이고(“몸매가 캡이야!”), 부사로도 쓰이고(“캡 좋더라”), 사람도 뜻하는(“네가 캡해라”) ‘캡’ 역시 영어로 ‘반장’을 뜻하는 ‘캡틴’(cap의 어원도 ‘우두머리’)에서 나왔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영어교사 로빈 윌리엄스가 자기를 미스터(선생님)가 아니라 ‘캡틴’으로 불러 달라고 했을 때의 그 캡이다. 그러나 학원무림에 2인자는 없는 법이어서 ‘짱’이 ‘캡’과 맞장 떠 이기면서 캡은 소멸해 가는 단어가 됐다.

‘짱’은 원래 어린이·청소년들이 쓰던 또래 말이다. ‘얼굴이 짱 예쁘다’, ‘춤을 짱 잘 춘다’에서 ‘~참 예쁘다/~참 잘 춘다’처럼 ‘엄청·매우·참’과 비슷한 어찌씨로다. 싸움꾼·패거리 따위 좀은 폭력적인 쪽의 ‘대장·최고’란 뜻의 이름씨로, ‘좋다, 최고다’란 뜻을 담아 ‘짱이다, 짱이야’처럼 쓰기도 한다.

그런데 이 말은 일본말에서, 부르는 말에 두루 붙여쓰는 우리의 ‘님, 씨’에 해당하는 뒷가지(존칭접미사) ‘상·산’의 어린이말 ‘짱’의 영향이 있겠다. ‘오도짱(아빠)’, 오가짱(엄마), 봇짱(귀한 집이나 남의 아들이 경칭), 운짱(운전사)’처럼 주로 그쪽 아이들이 쓰는 이 말은 어린이 또는 상대를 친근하게 부를 때 쓰기도 한다.

같은 말이라도 된 소리로 발음하면 힘과 함께 ‘상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한국인의 언어감각이다. 된소리로 시작되는 말에 비속어가 특히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예컨대 ‘상스럽다’는 말도 ‘쌍스럽다’고 표기하면 상스러움이 더 강렬해지는 경우다. 그런데 문제는 ‘짱’이 유행하는 것에 언론이 일조한다는 사실이다. ‘얼짱’ ‘몸짱’ ‘강짱’ 등 각종 ‘짱’이 신문기사 제목으로 나오는 것이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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