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憲裁’ 탄핵심판을 겸허히 지켜보자

"비통한 심정이다. 불행한 일이다. 탄핵소추안을 반대한 사람들은 더욱 그러하겠지만, 찬성했던 사람들 또한 헌정사상 초유의 불행한 사태에 비통한 심정을 금치 못할 것이다.

당초 예상은 가결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게 193표 대 2표의 압도적 찬성표로 의결됐다. 엊그제 노무현 대통령이 가진 부정적 정서의 기자회견이 오히려 화근이 된 것으로 보아진다.

열린우리당은 의원직 사퇴를 결의하였지만 이미 16대 국회는 사실상 막을 닫은 시점이어서 정치적 행위 이외의 다른 의미는 있을 수 없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을 받은 노무현 대통령은 헌법 65조(탄핵소추권과 그 결정의 효력) 3항에 의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있을 때까지 대통령 권한행사가 정지되어 고건 국무총리의 권한대행 체제로 간다.

정부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간다하여 크게 우려할 이유는 없다. 이미 이 나라는 탄핵정국은 아니었지만 4·19의거 등을 거치면서 그같은 위기의 과도기를 슬기롭게 헤쳐온 경험이 있다. 국가안보와 민생경제에 각별히 유의하는 가운데 오는 4·15 총선을 공명정대하게 치를 책무를 갖는다.

이제 국민의 눈과 귀는 헌법재판소로 쏠렸다. 탄핵소추가 받아들여져 노무현 대통령이 민·형사상의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 파면처분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기각되어 대통령직에 복귀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이의 결정은 180일이 시한이지만 그렇게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아마 4·15총선 이후가 되지 않을까 보아진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법률심, 사실심, 정황심이 있게 될 것이다. 이의 심판에 그 누구도 간여할 수는 없다. 다만 생각되는 것은 안희정씨 등 측근비리가 노무현 대통령과 얼마나 종범의 관계에 있는가가 또 하나의 관건인 것은 상식을 초월한 대통령의 적극적 안씨 비호 발언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의 정치적 사회상이 혼란을 거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탄핵소추안 결의에 대한 시비의 힐난보다는 총선이다. 이리하여 4·15 총선은 필사적 대결구도로 치닫는 게 불가피한 양상이 되었다.

열린우리당 등 노무현 지지세력은 절대적 의석차지로 정치적 세 만회를 시도할 것은 분명하다. 반대로 야권은 야당대로 안간힘을 다해 여당의 그같은 의도를 봉쇄하고자 할 것은 자명하다. 어느 의미로 보면 4·15총선 결과는 탄핵소추안 의결의 추인 여부 성격을 갖는다. 가히 정치적 사활이 걸린 오는 총선은 이래서 혼탁선거가 될 우려가 높다.

주시되는 것은 직무정지된 노 대통령의 동향이다. 노무현씨는 대통령 직무만이 정지됐을 뿐 정치인으로서의 정치활동은 제약받지 않는다는 자의적 해석을 내세워 총선에 노골적으로 나설 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탄핵소추가 계류된 입장에서 취할 행위가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 유익하다고 보는 것은 거대 야권의 횡포라고 비난하기 앞서 수치스러운 이런 불행한 사태를 가져온 원인이 자신에게도 있는 점을 겸허히 성찰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인 것이다.

앞으로 냉정을 기해야 하는 것은 국민, 즉 민중사회다. 정치권이나 정치세력들은 흥분하여 설치는 일이 있어도 민중사회는 냉엄해야 한다. 민중은 생업에 쫓겨 정치세력에 휩쓸릴 겨를도 없지만 아무튼 냉정을 기해 오는 총선에서 소신있는 주권을 행사할 책임이 막중하다. 감정적 대응이 아닌 국가사회를 위해 책임질 수 있는 이성적 주권 참여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정부는 과도기에 해이해지기 쉬운 법질서의 이완에 엄중 대처해야 한다.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법질서의 이완이 모두 이에 해당된다.

탄핵소추안이 표결까지 가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했던 게 노 대통령의 불퇴전으로 결국 파국을 맞이하였다. 이제 그 경위를 탓하는 건 부질없게 됐다.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과를 기다리면서 권한대행 정부와 민중사회가 슬기롭게 과도기를 극복, 역사와 정치발전의 전기로 삼는 노력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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