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을 공명정대하게 극복하기 위하여 다음 몇가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탄핵심판의 조속한 결정을 재촉 하여서는 안된다.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심판을 마치기를 바라는 건 누구나 같은 심정이다. 하지만 졸속은 안된다. 재판관들의 기록 검토와 더불어 헌법재판소법에 의해 탄핵의 위법 사유를 입증하는 국회측 소추위원과 피소추자측의 법정 대리인 선임에 이어 전원재판부의 심리, 변론 등을 거쳐야 한다. 이의 기일 또한 한 두번이 아니고 몇차레가 열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법정 출석도 예상된다.
헌법 정신과 실정법의 구체적 법리해석이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재판관들의 첫 평의가 오는 18일 비로소 열린다. 심판의 졸속 강요는 헌법재판소의 충분한 심판 기일을 박탈하는 것으로 그같은 요구 자체가 공명정대한 행위가 아니다. 심판 일정은 그 누구도 외부에서 간섭해서는 안된다.
둘째, 일방적 여론몰이는 심히 공정하다 할 수 없다.
예컨대 지상파방송 3사 등은 지난 13·14일 이틀동안 탄핵관련 프로그램을 긴급 편성하였다. ‘특집 대한민국 어디로 가나’ ‘대통령 탄핵 국민은 말한다’ ‘대통령 탄핵 세계는 어떻게 보나’ ‘헌법재판소 결정 어떻게 될 것인가’ 등을 비롯, 진단 및 보도프로그램 등을 통해 부정적 시각만 부각시킨 고의적 편성은 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없지않아 보였다.
사실보도와 비판능력의 한계를 넘은 이같은 방송 편성은 특히 KBS의 경우 공영방송을 일탈, 많은 객관적 시청자들에게 예전같은 ‘정권의 나팔수’로 회귀한 느낌을 갖게 하였다.
셋째, 시위의 범람이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에 대한 찬·반 양론간에 더 이상의 시위는 이미 의미가 없다. 사안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심판에 계류된 사건을 두고 굳이 다중의 시위를 보이는 것은 집회 목적이 반대든 찬성이든 헌법재판소에 다중의 위세를 행사하려는 것으로 잘못 해석되기 십상이다. 만약 시위를 주도하는 측에 추호라도 그같은 목적 의식이 있다면 이야말로 반민주주의적 폭력이다.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언제 끝날 지, 또 결과는 어떨 것인지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시민사회가 저마다 개인적 판단이 있다면 오는 총선에서 신념에 따라 주권을 행사하면 된다.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과는 겸허한 마음으로 조용히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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