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전화번호, 좋은 차량번호를 선호하는 경향이 꽤나 있었다. 현대사회는 번호의 사회다. 주소지지번,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차량번호, 은행계좌번호, 학번, 남자는 군번 등 이밖에도 허다한 번호를 지니고 산다.
이 가운데 유별나게 좋은 번호를 선호하였던 전화번호나 차량번호 신드롬도 이젠 시들해졌다. 그냥 주어지는 대로 쓰는 데 불만을 갖는 이들이 별로 없다.
전화나 차량번호에 좋은 번호란 것을 찾는 관념 자체가 사실은 유치하다. 아무 번호나 나의 번호가 되면 그 번호에 애착이 가기 마련이다.
또 ‘4’자나 ‘四’자는 발음이 죽을사(死)자와 같다하여 무척 기피하기도 하였다. 엘리베이터 층수 표시에는 4층은 아예없이 3층에서 5층으로 건너뛰는 데가 많았다. 병원 입원실 호수에도 4자는 모조리 빼기도 했다. 아직도 이런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차량 번호판에 4자를 없앨 작정으로 번호판 생산 컴퓨터 데이트 뱅크에서 4자를 영구 삭제했다고 외신은 전한다.
중국 발음으로도 넉사(四)자가 ‘쓰’라고 하여 죽을사(死)자와 발음이 똑같은 모양이다.
이에 논란이 없는 건 아니다. 일반 시민들은 “인민의 마음을 헤아린 조치”라고 좋아하는 반면에 지식층에서는 “미신을 부추기는 잘못된 처사”라며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도 차량 번호판의 4자 추방은 중국 전역에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을 보면 중국 사람들도 미신 관념이 어지간한 것 같다.
국내 어느 마을의 명칭인 사거리(四巨里)가 ‘死去里’ 같다하여 이름을 바꾼 적이 있는 전례의 경우 같으면 또 모르겠다.
그냥 4(四)자를 기피하는 공연한 관념은 정보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사고방식이다. 일사(事)자로 여기면 된다. 일이 없는 사람은 불행하고 일이 많은 사람은 행복하다. ‘사’는 곧 ‘事’인 것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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