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을 트집잡는 북의 ‘망발’

"북측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해 동족으로써 염려해준 것은 알만하나 그 내용이 내정 간섭에 이른 것은 유감이다.

조평통 대변인 발표의 주요 내용을 옮겨본다. “탄핵 소동은 결코 남측 내부 문제로만 되지 않을 것이며, 이번 사태를 빚어낸 장본인은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탄핵안 통과는 세계 정치사에 유례없는 의회쿠데타로서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드러냈다”며 “남조선 인민들은 참을 수 없는 모독을 당하게 됐다”고 했다. 또 “민심에 칼을 박은 정치반란의 사태를 지켜 보겠다”면서 파주에서 개최될 예정인 제3차 남북청산결제실무협의회 장소를 개성으로 옮기자고 했다.

조평통의 발표는 남과 북의 체제를 달리한 가운데나마 그래도 동포애를 가지려고 한 우리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유감을 갖는 것은 의도적 사실 왜곡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럼, 묻겠다. 이번 국회의 탄핵안 결의가 과연 미국의 사주에 의한 것인가를 묻는다. 이에 반대 의견을 갖는 국내 인사들도 차마 그렇다고는 말 못할 것이다. 사실이 아닌 터무니 없는 모함이기 때문이다. 통치권력을 세습해가며 그야말로 유례없는 인권 탄압으로 인민을 기아 선상에서 허덕이게 하는 평양정권이 정치의 후진성을 감히 들먹일 수 있는 지를 또 묻는다.

이만이 아니다. 탄핵소추안 의결은 헌법에 의해 그 정당성을 헌법재판소에 묻는 절차로 결코 헌정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역시 헌정 질서에 의한 것이다. 이런데도 ‘의회쿠데타’라 하는 것은 그들 방식의 반민주주의적 발상이다. “남조선 인민들은 참을 수 없는 모독을 당하게 됐다”는 저들의 선전선동은 우리의 혼란을 부추기는 상투적 수법이다. 생각해보자. 지금 북측 대표단이 파주에 와서 불안해 할 이유가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 그럴만한 이유가 티끌만큼도 없는 것을 애써 트집잡는 이유 또한 남남갈등을 획책하는 것 밖에 안된다.

평양정권이 남북관계에 남쪽처럼 진정한 동포애로 대한다면 지금 국내 탄핵반대 세력이 쓰는 말의 일부를 되받아 써먹는 발표를 해서는 이 정권에도 아무 도움이 안된다. 북측은 내정 간섭투의 힐난을 일삼아선 무익한 사실을 깊이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긍휼히 대하고자 하는 우리측 기대에 어긋나는 망발이 더는 없기를 평양정권에 촉구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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