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의 실언

“필요하다면 제17대 국회개원 이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뜬금없는 추경론에 이헌재 경제 부총리는 “??” 무슨 말인가 싶어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다.

지난 15일 정부 청사 경제부총리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서민생활안정대책이 총선 선심으로 몰릴까 싶어 추진 안 했던 게 탄핵정국으로 경제시책이 정치와 분리됐다고 보아 이젠 적극 추진하겠다는 이 부총리의 말에 정 의장은 거든다는 게 추경 실언이었던 것 같다.

불가피한 추경은 물론 해야 하지만 시기가 있고 또 방만한 추경편성은 재정건전성을 위협, 경제위기의 버팀목이 무너지게 되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경제 상식이다. 정 의장은 이를 간과한 채 순수한 이 부총리의 민생대책을 정치적으로 한술 더 떠 해석하려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재경부는 추경은 시기와 규모에 전혀 검토한 바가 없다고 밝히자 열린우리당은 “3·4분기를 염두에 둔 말”이라고 멋쩍은 변명을 했다.

정 의장은 얼마전에도 10만원권 화폐발행 문제를 두고 실언을 한 적이 있다. “내수에 도움을 주어 경기활성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가 학계는 물론이고 당내에서까지 뭘 모르는 당치않은 소리로 치부되어 없었던 얘기가 됐다. 10만원권 발행은 유통과정의 관점에서 제기되는 문제이 지 경기대책과는 거리가 먼 일이기 때문이다.

황당한 말을 잘 하기로 평판이 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이제 ‘황당어록’이라는 노래로까지 나와 풍자되고 있다고 전한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황당한 경제관련 실언이 더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말은 생각이 꽉 찬 속에서 나와야 말다운 말이 된다. 객기가 앞서면 공허하기만 하다. ‘하문불치’(下問不恥)라고 하였다. 정 의장을 위하여 이 말을 충고해두고 싶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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