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국과 국내 정국

"대만의 총통선거 후유증이 심각하게 돌아간다. 집권 민진당의 천수이볜 현 총통이 647만1천970표로 야당연합후보 롄잔을 불과 2만9천518표차로 따돌리고 신승하긴 했다.

그러나 롄잔은 야당의 표밭인 타이베이시 등 주로 북부지역에서 쏟아진 33만표의 무효표가 이 지역 유효표의 3분의1에 해당한 것은 조작된 것이라며,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나서 법원이 투표함을 봉인하는 등 새로운 쟁점이 됐다.

이번 총통선거는 국민당 중심의 야당연합 대륙파와 민진당 토착파의 치열한 대결로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웠던 것이 투표 전날 발생한 총통 저격사건이 분수령이 됐다. 적잖은 동정표가 쏠린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야당연합 불복의 빌미가 또 되었다. 저격 현장에서 1.8㎞ 거리인 타이난 종합병원에 가지않고 6.5㎞나 떨어진 민진당 의료진영의 치메이 병원으로 이송되어 3시간 뒤에 피격 사실을 발표한 것은 이 역시 조작극이라는 게 야당측 주장이다. 의문은 또 있어 불과 7m 거리에서 저격을 당한 천수이볜의 부상이 너무 가볍고 범인 또한 오리무중에 빠져 잡을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선거가 싫다. 집안 어른들은 선거 때문에 날마다 싸움만 하여 TV조차 보기가 싫어진다….’ 대만의 한 초등학생이 작문 시간에 이렇게 쓴 글이 있었다고 어느 신문의 현지 특파원은 전했다. 대만 사람들은 선거 기간에도 이토록 갈라져 싸움질하던 것이 선거가 끝나고도 연일 시위가 넘쳐난다는 소식이다. 심지어는 계엄령 선포설까지 나오는 모양이다.

대만의 선거정국이 마치 국내 탄핵정국과 비슷하다. 국내에선 탄핵반대 시위가 넘쳐나고 대만은 선거무효 시위가 넘쳐난다. 대만은 중국과 양안이 대치되고 우리는 남과 북이 대치돼 있는 실정 또한 비슷하다. 대만도 걱정이지만 국내 형편은 더 절박하다. 제발,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정이 어떻게 나든 결과가 나오면 더는 시위가 없는 국가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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