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또 끌려가는 개성공단

"북한 측이 ‘개성공단 토지의 평당 사용료를 (기존 협상액보다)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남북문제가 좀 순탄하게 진행되는가 싶으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이런 무리한 요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황당하다. 개성공단 개발사업의 청사진이 ‘공단분양가 인상’이라는 복병을 만나 당초 3월말 착공이 불가능해져 실로 난감하다.

남북은 그동안 토지사용료를 평당 1만원 안팎으로 책정하기 위해 협상해 왔다. 1만원으로 합의되면 남측은 1단계 조성공단 100만평에 해당하는 현금 100억원을 북측에 제공해야 한다.

토지사용료와 장애물 철거 비용으로 구성되는 개성공단 분양가 중 전신주, 농가, 비닐하우스 등 기존시설 철거비용은 평당 10만~12만원이다. 남북간에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북측은 100만평에 대한 비용 1천억원~1천200억원을 현금으로 요구한 반면 남측은 “남측 기업과 용역 계약을 해 직접 철거하도록 하겠다”고 맞서고 있는 중이다.

북측이 요구한 토지이용료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북측의 인상요구를 일부분만 수용하더라도 (장애물 철거비용을 포함한) 평당 임대료는 10만원대 후반으로 오른다고 한다. 이같은 가격은 현재 전남 대불공단(22만9천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분양가 인상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엇갈리는 시각이다. 분양가가 올라간다면 개성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가 하면, 인건비가 싼 북한 노동력을 활용할 경우 분양가가 높아지더라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손해보지 않는 장사나 협상에 능수능란한 북측이 남측의 이런 시각차이를 십분 이용하여 토지사용료의 과다한 인상과 함께 전액을 현금으로 요구하는 것이 계획적이라는 분석은 어렵지 않다. 싫으면 그만두자는 식의 협상인 것이다.

현재 협상의 진척을 위해 총액 기준으로 분양가에 먼저 합의한 뒤 토지임대료와 철거비용을 나중에 결정하는 식으로 협상 방식을 바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방식도 나중에 북측이 또 딴소리를 하거나 상상 밖의 금액을 요구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기일이 걸리더라도 금액을 확실히 정한 뒤 착공하는 게 안전할 것이라는 판단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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