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우?

"여우는 전설과 민담 속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다. 계절에 따라 들쥐·멧토끼·벌레·과일 등을 먹는 잡식성으로 식육목(食肉目) 개과(科)에 속한다. 한자어로는 호(狐)라 한다. 우리나라에 분포된 여우는 유럽·북아프리카·아시아·북아메리카에 널리 분포하는 ‘레드 폭스(vulpes vulpes Red Fox)’로 통칭되는 종류이다. 형태적으로 일본산 여우와 비슷하다. 다만 다른 점은 주둥이의 색채가 일본산 여우에 비하여 엷어서 황갈색에 가깝다. 다리는 개보다 짧고 몸길이는 52~76㎝, 꼬리 길이는 26~42㎝, 몸무게는 4~7㎏ 정도다.

여우의 번식은 겨울철인 1,2 월에 암컷이 선택한 수컷과 짝을 지은 뒤 52~56일의 임신기간을 거쳐 4월 중순에 초산에는 서너마리, 그 뒤에는 대여섯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갓난 새끼는 눈을 감고 있지만 12~14일 뒤 눈을 뜬다. 새끼 옆에는 항상 수컷이 암컷과 같이 새끼들의 양육과 먹이의 운반을 도와 준다. 1개월 후면 새끼들이 굴밖으로 나와 놀며, 2개월 후에는 젖을 먹이지 않는다. 새끼들은 늦은 여름이나 가을이 되면 어미로부터 독립하여 생활을 하게 된다.

남한에서는 해방 전까지는 비교적 많은 여우가 서식했으며 1960년까지만 해도 야산에서 번식, 어느 정도 개체군을 유지했다. 그러나 남획과 전국적인 ‘쥐약 놓기 운동’의 2차적·3차적 피해를 입은 데다 국가적인 보호대책이 강구되지 않아 멸종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23일 강원도 양구군 동면 덕곡리 뒷산에서 죽은 여우 수컷 한 마리가 발견됐다. 여우가 발견되기는 1978년 지리산에서 밀렵꾼에 의해 한 마리가 포획된 이후 처음이다. 비록 사체로 발견됐지만 아직은 여우들이 서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새끼들의 먹이를 구하러 나왔다가 인간이 놓은 올무에 걸렸거나 독극물로 죽은 소형 동물을 먹고 숨졌을 것이다. 여우는 술수와 변화를 부리며 인간을 괴롭히는 동물로 인식돼 왔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강원도 어느 산속에서 수컷을 기다리는 암컷과 갓 태어난 새끼들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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