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놈들이(우리 나라에서) 나가야 잘 산대요!”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학생 아들의 뜬금없는 말에 부모는 아연했다.
미군 철군의 찬반이 문제가 아니다. “원쑤(원수)의 남조선 미제국주의 군대를 몰아내자…”고 하는 북측 인민(초등)학교 학생들의 말과 거의 비슷한 말을 왜 우리의 아이가 하게 됐느냐가 문제다. 그렇다고 우리의 아이에게 그런 말을 들려준 이가 북에 동조하는 공산주의자 라고는 볼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초·중(고)등 교사의 정당가입 및 정치활동 제한의 관련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합헌결정을 내렸다.
교육법은 초등교육을 ‘국민생활에 필요한 기초적 초등보통교육’, 중학교는 ‘초등교육의 기초위에 중등보통교육’, 고등학교는 ‘중등보통교육의 기초위에 고등보통교육과 전문교육’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교육과정은 학습단원과 교안에 의해 진행된다.
교원의 수업에서 수업 외적인 자신의 생각을 학생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것은 양심의 자유다. 그러나 그같은 생각으로 들려주는 말 중엔 감수성과 모방성·수용성이 왕성한 학생들의 인격형성 및 생활습관에 잘못된 영향을 미치는 수가 있다. 이 점에서 교원의 정치활동을 수업권의 침해로 본 합헌 결정 이유는 심히 타당하다.
일부의 교원들 중에는 심지어 교안 작성까지 거부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듣는다. 머리띠 두른 점퍼차림의 가두시위를 일삼으며, 정치적 선명성 경쟁으로 치닫는 편가르기 경직화의 개탄이 자심한 실정에 비추어 헌재결정이 시사하는 의미는 매우 크다.
파병에 반대하고 무슨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특정 정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하는 것 등은 초·중(고)등 교원이 취할 수 있는 본연의 궤도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
초·중(고)등 교육이 정치적 중립성을 절대적으로 요구받는 것은 정치상황은 가변성인 데 비해 교육가치는 불변성인 데 있다. 교육이 정치세력의 간섭을 거부할 권리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육은 또 정치세력에 개입하지 않고 초연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교원의 사명은 현실 참여가 아닌 미래 가치의 창출이다. 일부 교원의 의식화교육, 그리고 무소불위의 정치세력화에 많은 학부형들은 매우 걱정스런 시선을 갖고 있다. 헌재 결정을 수용하는 겸허함이 있기를 간곡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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