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상에서 미국이 오산·평택지역에 주한미군용 주택 1천200채를 무상으로 지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얼마전 서울에서 열린 ‘미래 한 - 미 동맹 정책구상’ 7차 회의에서다. 이 문제가 회의 결렬 요인의 하나가 된 미국측 요구는 부당하다. 한국이 부담할 이전비용이 수천억원이나 늘어나게 된다.
미국측의 무상 요구는 우선 우리에게 고압적인 느낌을 준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주둔군지위협정(SOFA)에는 미군과 미군 가족에 대하여 우리 쪽이 주택을 제공할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다. 실정이 이런 데도 일본과 독일에서는 미군 및 가족들의 주택을 일본·독일 정부가 제공하고 있다며 주택비용을 우리 정부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당치 않다.
현재 주한미군 주택은 용산기지 안에 미군이 지은 주택 320여채와 대한주택공사가 지어 임대한 주택 400여채,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에 미군이 임대로 사는 400여채가 있다.
7차 미래동맹회의 직후 한·미 군당국자들이 실무협의를 통해 미군이 지은 320여채는 한국이 오산·평택지역에 새로 지어 무상으로 제공하되 나머지 임대주택 880여채는 한국쪽이 주택을 지어 임대하는 ‘절충안’을 마련한 것은 양측에게 모두 무리가 없다. 그러나 미국이 계속 1천200채 무상을 고집한다면 외교적 마찰이 생길 우려가 크다.
미군주택 무상 제공 협상은 4월 중 경기도에 설치될 ‘미군기지 이전 추진지원단’과 평택시의 ‘국제교류사업단’에도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들 기구는 미군기지 이전으로 예상되는 보상문제, 마을이주 대책, 소음 및 환경오염 피해, 미군범죄 등 각종 부작용과 피해를 예방하고 대응하는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미군 주택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미군 주택 무상 제공 여부는 중차대한 한·미 양국의 현안사항이다. 미국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미군기지 이전은 반미감정을 자극시킬 수도 있다. 미국측은 한국인의 정서를 거스르지 않는 가운데 한국측이 제시하는 이전계획안을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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