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첫 변론이 오늘 열린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소추위원측이 낼 것으로 보이는 증거조사나 신문신청을 헌재가 받아들일 것인지, 또 받아들이면 어느 수위로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대목이다.
탄핵사유의 세가지 가운데 선거법위반 분야는 이미 객관적 사실관계가 드러나 재판부의 법리 판단만이 남았다고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측근비리와 경제파탄 분야는 다르다. 이 두 분야의 탄핵 사유가 대통령의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는 지를 가리기 위해서는 사실관계의 증거조사와 이에 대한 소명이 불가피하다.
물론 반론이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과정에서 사실관계 조사를 했어야 할 일을 법정에서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으로 보는 이견이 있다. 이같은 견해는 탄핵소추 자체가 절차상 흠을 지녔으므로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회가 비록 국정조사권을 지녔긴해도 기능은 어디까지나 의결기관이지 법정을 대행할 권능이 있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법 역시 재판부의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본인이나 증인 등에 대한 신문과 사실조회 및 현장검증 등의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측근비리가 재판이나 수사 중에 있어 아직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데 있다. 이리하여 자료 요청이 불가능하므로 측근비리 당사자들을 증인으로 출석시킬 수 있으나 이는 재판부의 재량이다. 한편 경제파탄은 대통령의 위법행위를 소추위원측이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따라 재판부가 사실조회나 증거조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재판 절차상 어떤 결정을 하든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증거조사를 받아들인다 하여도 실체적 진실을 가리기 위한 절차일 뿐 탄핵사유의 타당성을 예감하는 것은 아니며, 그 반대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이다.
헌법재판소의 재판은 기록검토 위주의 법률심만 하는 게 아니다. 탄핵심판을 조속히 끝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무리며, 이는 또 어떤 예단을 갖고 재판부를 간섭하는 소리로 들릴 수가 있다. 절차상의 판단에 대해 외부에서 간여하려 드는 것은 재판권의 침해다. 헌법재판소의 재판을 지켜보며 겸허히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민주시민의 성숙된 자세라 할 것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