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비리 특검

“목돈 2천만원을 무슨 돈으로 예금했나요?” “유흥업소에서 15년동안 일하면서 손님들이 준 팁을 상자에 넣어 보관해둔 돈입니다.” “왜 진작 은행에 예금않고 가지고 있었는지요.” “금융사고가 생길 지 몰라 가지고 있었습니다.” “돈을 10년 이상 상자에 넣어뒀는 데 상하진 않았는 지요?” “그래서 참숯을 넣어 보관했습니다.”

선문답 같은 이 참고인 진술조서 작성은 얼마전 김진흥 특검사무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대통령 측근비리에 연루되어 구속 중인 최도술씨 형제 등에게 수천만원씩이 전달된 정황이 잡혀 최씨의 동생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한 게 이같은 선문답식 신문과 진술이 있게 된 것이다.

특검팀은 최씨 동생의 진술이 객관적으로 납득되지 않은 부분이 한 두군데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입증 자료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할 수 없이 무혐의 처분했다고 한다.

‘새끼줄을 가져온다고 가져왔는 데 나중에 보니 새끼줄에 황소가 달려 있더라’고 했다는 옛날 어느 소도둑의 말을 연상케하면서도 더 황당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하지만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그같은 목돈 예금을 갑자기 하게 된 데는 필시 곡절이 있을 것으로 본 특검도 혐의를 더 밝혀내지 못했으니 민중들은 ‘10여년 동안 팁받은 돈을 참숯 넣은 상자에 모아둔 돈’이라는 말을 믿어야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금융사고가 날까봐 은행에 못 맡겼던 돈을 어찌하여 돌연히 은행을 믿게 되어 예금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무슨 일에 성과가 많으면 물론 노력도 많은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성과가 없어 힘은 힘대로 더 많이 들어, 그래서 노력을 더해 성과를 올리려 해도 안되는 수가 있는 것이다.

특검팀은 오늘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문을 닫는다. 그간의 수사에 수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나 수사에 애로가 많았던 탓인지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측근비리가 밝혀진 것 만이라고 믿을 세인이 얼마나 될 것인 지가 궁금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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