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 말을 했는 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대구 망언은 듣기에 참 민망하다.
발언의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 국민일보 총선기자단 동영상팀과 가진 인터뷰 내용을 요약해 본다.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유권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촛불집회의 중심에 젊은이들이 있었고 미래는 20대와 30대들의 무대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해도 괜찮다. 그 분들(60~70대)이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는 없다.” “그 분들은 어쩌면 이제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그 분들은 이제 집에서 쉬셔도 되고….”
정 의장의 이런 발언에 정치권(야권)의 반박이나 네티즌들의 빗발친 항의를 새삼 인용할 생각은 없다. 여기선 다음 몇가지 점에서 우려를 표명한다.
첫째는 참정권의 박탈이다. 비록 말에 그친 것이긴 하여도 여당의 수장이 그같은 위헌적 인식을 갖고 있는 자체가 유감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사고력이 지극히 미숙하게 보여지기 때문이다. 노년이 사회활동의 무대에서 퇴장한다 하여 국민이 아닌 것은 아니다. 선거의 참여무대엔 퇴장이란 있을 수 없다.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였다.
둘째는 사회분열이다. 비록 정견은 달리할 지라도 지금은 사회통합이 절실한 시기다. 지역·계층·이념적 갈등의 심화가 참으로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여기에 여당 대표가 사회통합에 힘쓰기는 커녕 세대별 갈등을 불지른 것은 실로 납득키 어렵다. 흑백 논리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참으로 위험하다.
셋째는 사회정책의 빈곤이다. 노인들에 대한 불경스런 도덕관의 결핍은 굳이 말하지 않겠다. 문제는 60대 이상의 국내 인구가 6백4만여명에 이른 고령화사회를 의식하지 못한 사회정책의 빈곤을 드러냈다고 보아 우려된다. 노인이라고 하여 활동의 무대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투표도 하지말고 집에서 쉬어야 한다고 보는 안목으로는 무섭게 치닫는 고령화사회의 대비가 무척 염려된다.
이상 세가지 관점에서 정 의장의 발언은 망언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세대가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허리띠 졸라매며 땀흘리고 고생한 보람으로 이만큼 살게 됐다”면서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철없는 실언으로 돌리기엔 책임있는 그의 지위가 너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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