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 1천175명의 면면을 보았다. 상당수의 탈세자, 파렴치범들도 정치를 해보겠다고 나섰으니 그 만용이 가상타 아니할 수 없다. 거두절미하고 고언(苦言)을 대신하여 인구에 회자된 정치 어록을 소개하는 이유다.
나폴레옹은 “현대의 비극은 정치”라는 말을 자주 하였다고 한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널리 인용된다. 모택동의 말처럼 “정치가 유혈(流血)없는 전쟁인 반면에, 전쟁은 유혈있는 정치”다. ‘전쟁같은 정치’에 대한 어록은 동서고금을 통해 이렇게 교훈을 준다.
“현대정치는 근본에서 보면, 사람들의 투쟁이 아니라 권력의 투쟁이다”(H.B 애덤즈), “정치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유일한 직업인 모양이다”(R.L 스티븐슨), “정치는 무정한 사람들의 재산에 대한 학대이다. 그들의 힘은 처신과 그들의 정력에 있다”(N. 메일러)
“정치는 몇몇 유독(有毒)한 수공예처럼 해로운 직업이다”(에머스), “동방에서의 정치의 실제는 단 한 마디, 위선이란 말로 정의할 수 있다.”(B. 디즈레일리), “실제적 정치는 사실을 모르는 데에 존재한다” (H.B 애덤즈), “권력정치는 정글의 법칙에 대한 외교적 명칭이다” (E.컬비트슨)
“정치는 양심을 깔고 앉는다” (셰익스피어), “정치와 같은 도박은 없다”(B. 디즈레일리), “인간성에 대한 지식은 정치교육의 시작이요, 끝이다” (H. 애덤즈), “부담의 능력과 그릇의 크기를 모른다면, 이는 정치의 도(道)를 터득한 것이라 할 수 없다”(관자(管子), “정치는 생소한 동숙자(同宿者)를 만든다” (C.D 워터), “정치와 인류의 운명은 이상이 없고 위대성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 모양지어진다”(A. 카뮈), “정치는 그처럼 돈이 많이 들어 많은 돈으로 계속 때려 눕혀야 하게까지 되었다” (W. 로저스), “정치는 거의 전쟁처럼 흥분시키며 그만큼 위험하다. 전쟁에서는 한번 죽을 뿐이지만, 정치에서는 여러번 죽을 수 있다” (W. 처칠), “정치에 있어서 실험은 혁명을 의미한다” (B. 디즈레일리), “모든 정치적 행동의 비극은 어떤 문제든 해결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양자택일의 어느 것도 이성적 일관성 혹은 도덕적 엄격성이 없다. 어떤 결정을 택하든 누구엔가 해를 끼친다” (J. 졸)
한국은 정치의 후진성, 정치의 야만성, 정치의 부패성에 멍들어 있다. 정치적으로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다. 정치를 한다는 위인들은 거의 혐오감의 대상이다. 이렇게 정치인을 욕하고 있지만 실상 정치의 수준은 그 나라의 국민 수준일 수밖에 없다. 결국 민주주의는 국민, 유권자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17대 국회의원 후보자의 평균 재산이 10억원인데 연평균 세금을 100만원도 내지 않은 사람이 3분의 1이나 된다. 5년간 소득세와 종합토지세를 1만4천원밖에 안낸 기업체 회장, 대학 총장이라면서 세금 한푼 안낸 이가 그런 부류들일 개연성이 높다. 폭력·사기· 절도·뺑소니 등 파렴치범들이 후보로 나선 것 자체가 국민을 얕잡아 보는 짓이다.
민주주의의 수준은 국민의 판단력이 결정한다. 악취가 나는 정치 쓰레기는 쓰레기장에 내다 버려야 한다. 4·15 총선에서 국민은 청소원이 돼야 한다.
H. A. C 피셔는 “정치란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기술”이라고 하였다. 이 말은 정치인들보다 국민이 먼저 명심해야 할 말이다. 정치인을 심판하는 사람은 국민이다. 오판하고 후회할 때 한국의 민주주의는 수십년 전으로 후퇴한다. 인간의 행복도 그만큼 멀어진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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