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을 민주화운동가로 보는 사회 일각의 주장이 전에도 없진 않았다. 어제 MBC-TV가 방영한 ‘이제는 말할 수 있다-79년 김재규는 왜 쏘았나’ 프로그램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켰다. 하필이면 4·15총선 들어 방영된 것을 두고 MBC측은 “오래 전에 계획된 것”이라고 말하지만 “박근혜 효과를 차단키 위한 의도적 편성”이라는 관점도 있는 것 같다.
이에 비해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총선과 탄핵정국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김재규 전 부장에 대한 분과위원회 심의를 총선 이후로 연기했다. 김 전 부장의 조카가 신청한 이 심의는 2차 조사까지 마쳐 분과위원회와 본위원회 심의를 남겨놓고 있는 상태다. 유신독재를 처단한 민주화운동을 한 사람이 유죄판결을 받아 사형된 것은 부당하므로 명예회복을 해달라는 것이 심의 신청의 요지인 것 같다.
유신독재가 잘못된 건 맞다. 그러나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민주화운동가로 평가되자면 몇가지 의문점이 해소되어야 한다. 우선 당시 민주화운동 인사들을 그 자신이 탄압하였던 현직 중앙정보부장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 지가 의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살해동기가 차지철 청와대 경호실장과의 권력 다툼에서 비롯된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파워게임에서 밀린 소외감 끝에 거사한 뒤 정권장악을 노렸던 것 또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암살이란 테러 방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게 자유민주주의의 덕목 인지 의아스럽다. 민주화운동에 살인을 용납한다면 자가당착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목적지상주의를 미화하는 것은 실로 위험하다. 김 전 부장의 명예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이런 저런 의문에 납득이 가는 객관적 석명이 있어야 한다.
총선 이후에 있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의 분과위 심의와 본위원회 심의결과가 크게 주목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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