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의 동맥순환은 국민주권이 행사되는 각급 선거다. 정당정치는 선거의 요체며, 정당의 정강·정책과 함께 선거공약은 정책정당으로 가는 필수적 요건이다.
4·15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선거공약이 쏟아지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이 중엔 상당부분이 공약으로 보기에 의심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공약은 이행이 담보되어야 하고, 정책은 실현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이러지 못한 선거의 장밋빛 정책공약은 환상이다.
예컨대 사회문제화한 신용불량자 대책으로 한나라당은 신불자제도 폐지 및 구제기금 마련, 민주당은 신불자 판정기준 완화, 열린우리당은 배드뱅크 설립 등을 내세우고 있으나 의문이다. 신불자 입장에서는 참으로 듣기 좋은 말들이지만 금융권 불안으로 이어질 손실 보전대책이 결여되어서는 실현성이 지극히 희박하다. 그렇다고 국민세금으로 충당할 수도 없는 일이다.
민주노동당은 세계무역기구(WTO)와 이미 개방 일정이 잡힌 쌀 시장 문제를 식량주권 수호공약을 내세워 개방을 저지하겠다고 한다. 국수주의적 폐쇄경제가 가져올 심각한 경제파란의 후유증엔 아무 언급이 없다.
사회복지대책은 그 어느 분야보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이런데도 어느 정당 할 것 없이 재원마련이 따르지 않은 백화점 진열상품식 공약 투성이다. 심지어는 노인 폄훼 설화가 심각해지자 급조된 당근용 노인대책을 발표하는 정당이 있다. 이밖에 정치부패 근절, 고용확대 대책, 부동산시장 안정 등 여러 분야의 각 정당 공약 역시 구호성인 게 태반이다.
정책정당화, 선거의 정책화를 위해서는 부실공약이 추방돼야 하며 이의 책임이 바로 유권자들에게 있다. 유권자들을 만만히 보는 이런 부실공약에 가차 없이 철퇴를 내릴 줄 아는 유권자가 되어야 한다. ‘듣기는 좋고, 안되면 말고’하는 투의 선거공약은 정당공약 말고도 후보자의 지역공약에도 많다. 이런 폐습은 물론 전부터 있어 왔다.
이제 더는 이래선 안된다. 후보자의 국회의원 자질을 검증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선거공약에 옥석을 가리고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해야 할 책임은 바로 유권자들 몫이다. 선거운동은 바람으로 할 지라도 투표는 실체를 보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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