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오만, 이라크사태 더 악화시킨다

"이라크사태가 강경 시아파와 수니파의 반미 연합전선 저항 세력이 이라크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드러내고 있다. 전선없는 전쟁이 곳곳에서 벌어져 베트남전 악몽이 되살아나는 가운데 연일 수많은 미군과 이라크인들이 죽어가고 있다.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라 알사드르를 따르는 메흐드 민병대는 후세인 잔당이거나 알 카에다의 사주를 받는 집단이 아닌 점에서 주목된다. 이들은 일부 도시와 주요 도로 및 시설물을 장악하여 제2 이라크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부시는 이에 미군의 증파 등을 말하면서 예의 강경대처에 나서고 있으나 현지 사정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앙숙이던 수니파와 시아파 저항세력이 미군을 몰아내기 위해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부시가 불러들인 필연적 재앙이다. 힘의 논리, 즉 부시 행정부가 곧 정의라고 우기는 군사력의 과시를 과신하는 그의 잘 못된 정책이 불러들인 함정인 것이다.

9·11 뉴욕 테러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던 자신의 과오를 그들은 힘의 논리로 은폐, 자국민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군사력 행사로 처음엔 이라크 침공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이젠 미국내에서도 반전 정서가 드높아 그도 진퇴양난에 빠졌다.

문제는 내친 김에 더 가려하는 부시의 오기에 있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치명적 부담이 되는 이라크 사태 악화를 정공법으로 돌파하려고 하는 것은 자충수다. 정공법의 타당성을 이미 잃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무력의 과신은 테러를 무한히 확대 재생산하는 사실을 부시는 유의해야 한다. 강자의 폭력은 정의고 약자의 저항은 테러로 보는 그릇된 세계관이 지구촌 곳곳에서 테러를 양산해내고 있다.

석유의 고장인 텍사스 출신인데다가 그 자신이 석유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 부시가 이라크 유전에 갖는 미련은 짐작할 수 있지만 무력 일변도의 해결책은 방법이 아니다. 부시 행정부는 미군의 이라크 점령군 정책을 중단하여야 한다. 만약 이라크국민의 대표성이 낮은 과도통치위원회에 오는 6월에 주권을 이양한다고 하여도 앞길은 순탄치 않다. 유엔을 통하여 이라크 사태를 해결하는 것 만이 그간의 실수를 더 악화시키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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