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밖에 신지 않은 운동화, 작아서 못 입게 된 청바지, 추억이 서려있는 핸드백…’ 지난 일주일간 직원들이 보내준 작은 정성들을 모아 아름다운 가게를 향하는 마음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다. 아무리 헌 물건, 재활용품이라 하더라도 우리 직원들의 정성이 너무 작아 보이지는 않을까, 제대로 쓸모가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학역 근처에 있는 행사장에 도착해 싣고 온 물건들을 내리고 매장을 둘러보고 나니 이런 걱정은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아직 내부공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지하1층, 지상3층 짜리 건물 속에는 더불어 살고자 하는 우리 이웃들의 소박한 정성이 담긴 크고 작은 물건들과, 남이 신던 냄새나는 구두를 정성껏 닦고 헌 옷가지를 부지런히 손질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아름다운 손놀림이 있었다.
관공서, 기업, 단체, 개인들로부터 소장품이나 헌 물건들을 기증받아 이를 다시 판매해서 생긴 이익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기위해 설립된 ‘아름다운 가게’는 2002년 서울 안국점을 시초로 지난 3월 우리 안양 명학점까지 13개의 매장이 생겼고, 전국으로 매장을 넓히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직원들도 상근직 몇 명을 빼고는 거의 대부분 자원봉사자였으며, 이들은 기증받은 물건들을 정성껏 분리하고 손질해서 가격표를 붙이고 매장에 진열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선진국일수록 헌 물건을 사고 파는 벼룩시장이 성황을 이루고, 어려운 이웃을 돕기위한 기부문화가 발달되어 있다는데 이제 조금 먹고살만 해진 우리의 소비문화는 너무 사치스러워 진 것은 아닐까? 경제성장을 위해 ‘소비가 미덕’이던 시대도 있었다지만, 이제 우리도 부와 사치의 경쟁을 넘어서 보다 검소하고 질박한 시대, 작은 정성으로 이웃사랑을 나눌 줄 아는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우리 직원들이 기증한 500여점의 소박한 물건들은 자원봉사자들의 손에 의해 다듬어지고 가격이 메겨져 새로운 주인을 찾아갈 것이다. 손때 묻은 나의 물건이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 기쁨을 주고, 어려운 이웃까지 도울 수 있다니 얼마나 뜻깊은 일인가. 아름다운 가게에서 돌아오는 마음은 이웃사랑의 작은 방법을 알게된 즐거움과 아직도 우리 주위에 따뜻한 사람이 많다는 행복감에 한없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박찬희.안양署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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