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무심한 하늘입니다” 지난 3월초 100년만의 폭설로 양계장이 무너져 출하를 며칠 앞둔 닭들이 압사를 당해 많은 피해를 입은 농가를 방문했을 때 가슴이 미어지는 한 농민의 한탄이다. 농가는 물론 도시의 닭·오리 전문음식점까지 막대한 피해를 입힌 가금인플루엔자를 겨우 극복하고 새로운 빛으로 여기던 그 닭들이 천재에 의해 사라진 날, 그저 농민은 하늘을 원망하며 가슴만 칠 뿐이었다. 적당한 위로의 말 조차 할 수없는 참담했던 그 때의 심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근래들어 자연생태계의 변화때문인지 구제역, 광우병, 브루셀라, 돼지콜레라 등의 가축질병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예전에도 구제역과 비슷한 돼지의 ‘땅서리병’이나 뉴캐슬병과 같은 ‘닭병’이 한 마을에 돌면 돼지와 닭은 전멸하는 사례가 있긴 했으나 요즘처럼 급속히 인근 마을로 확산되고 대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던 기억은 거의 없다.
물론 교통이 발전되고 양축농이 규모화가 된 것이 주 요인이긴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질병이 발생하면 수출길이 막히고, 병 발생소식만 접하면 범 국민적으로 식탁에서 아예 제외시키기 때문에 병이 발생하지 않은 농가까지 큰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관련 업체까지 망해가는 판국이 벌어져 국가의 경제적인 손실도 가히 천문학적이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가축 전염병 방역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특히 구제역인 제 1종 가축전염병은 국제교역 규제대상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질병이다. 이 병이 무서운 것은 바이러스의 전파속도가 빨라서 급속히 확산되므로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도와 2002년도에 발생이 돼서 2002년도만 하더라도 5월2일부터 6월23일까지 50여일 동안 소 1천352두, 돼지 13만4천여두를 살처분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지난해는 민·관이 합동으로 총체적인 사전 방역활동을 한 덕택인지 발병이 되지 않았다. 예년의 사례를 보면 지금이 구제역 바이러스가 활동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행정기관과 농협 등이 예방활동에 노력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농가 스스로 “내가 기르는 가축은 내가 지킨다”는 방역의식이 중요하다. 아울러 이 기회에 정확한 검증이 없는 언론매체의 성급한 발표도 삼가 주길 부탁 드린다.
/박재근.농협 경기지역본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