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대출은 사채시장밖에 없나

"금융사들이 부실대출을 막기 위해 규정한 자사의 방침을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서민들이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은 금융회사 뿐이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지나친 대부 기피는 정부차원에서라도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도저히 해결이 안 되는 심각한 민생경제 문제이다. 제도금융권에서 외면 당한 서민들이 찾는 곳은 결국 사채시장이다. 막다른 골목인 줄 알면서도 택한 사채시장은 연 300%의 고금리를 요구한다. 선이자 20%를 떼고 열흘에 10%의 이자를 물면서까지 사채를 쓰는 서민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실정이 이런데도 금융사 대부분들은 최근 들어 300만원 이하 소액 신용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서민들이 급전용으로 사용하는 현금서비스의 한도도 전업계 카드사의 경우 2002년 말의 101조원에서 작년 9월 말 59조원으로 감소했다.

서민들에 대한 대출심사도 점점 엄격해졌다. 대한생명의 경우 지난달 15일부터 신용대출 신청자가 카드사에서 받은 현금서비스 금액이 100만원을 넘거나 최근 6개월 이내에 대부업체에서 대출 가능 금액을 조회만 했어도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여러 금융사의 신용 정보를 취합해 평가하기 때문에 신규대출은 물론 대출상환 연기도 어려워졌다.

은행들은 올해 가계대출을 작년보다 25조 8천억원(10.2%)을 늘릴 계획이지만 작년 증가액(30조 6천억원)보다 준데다 개인신용 평가를 강화하고 있어 서민들이 은행돈을 쓰기는 갈수록 불가능해졌다. 이렇게 돈이 돌지 않는 상태에서 계속 늘어나는 가구당 부채는 가정은 물론 사회파탄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자금순환 동향을 보면 가구당 금융부채는 3천44만원에서 3천156만원으로 3.7% 증가했고, 1인당 부채는 전년도의 963만원보다 4.6% 늘어난 1천7만원으로 1천만원을 넘어섰다. 사채 등을 합치면 가구당 및 개인빚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게 분명하다. 개인들이 소득이 늘지 않아 소비를 줄였는데도 부채가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소액의 돈을 못 빌려 고통을 겪는 서민들을 방치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정부 및 금융권의 대책 마련은 이래서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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