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에 대한 비하 발언을 본 취지와 다르게 왜곡된 편집으로 방송해 말썽을 빚더니 이번에는 녹취발언 바꾸기로 또 물의를 일으켰다. 한 야당의 대변인과 통화하지도 않은 사실을 마치 대변인의 말인 것처럼 다른 여성과 통화한 내용을 방송한 것은 품위와 공신력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방송사측은 전화번호 오인으로 인한 착오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어떻게 이토록 중대한 과오가 착오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인지 납득이 잘 안 된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실수가 없을 수 없겠으나 실수라면 방송제작이 얼마나 선입관을 앞세운 강박관념에 의했던 것인 지를 짐작케 하여 실로 개탄스럽다.
그 야당 대변인에 대한 허위방송은 MBC측이 이미 사과하였고 또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보아 제3자가 간여할 성격은 못된다.
그러나 문제는 불특정 다중의 시청자들에 대한 MBC측의 책임이다. 단순히 시청자들에게 ‘미안하게 됐다’고만 해서 넘어 가기에는 그 과오가 너무 무겁다. 시청자들을 가볍게 여겨 우롱하는 처사이기도 하다.
방송의 영향력이 막강한 것만큼 제작 또한 신중치 못하고 오만해졌다는 객관적 해석이 가능한 것은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방송문화의 긍정적 발전을 소망하는 시청자들에 대한 배덕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4·15총선 들어 방송한 일부의 시사 관련 프로그램은 이성적으로 보기엔 지나치게 편향된 시각이 많다. 물론 다 이런 것은 아니지만 이같은 경향을 부정하기는 심히 어려울 것으로 믿는다. 방송의 자유를 침해할 생각도 없고 또 침해할 수도 없다. 기계적 중립의 배제란 말 역시 알아듣지 못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그같은 방송에 대한 비판을 5공적 언론회귀로 몰아 붙이는 독선에 있다.
5공 그 무렵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했던 방송이 권력에 대한 비판을 5공언론 회귀의 향수로 몰아대는 것은 자가당착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권력을 비판하는 것이 권력을 옹호하는 것 보다 못하다는 생각은 결코 갖지 않는다. MBC는 거듭된 방송제작 과오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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