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 선거운동이 내일 투표를 앞두고 오늘 자정으로 끝난다. 이번의 정당 선거운동은 유별나게 살벌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은유의 언행속에 이런 경향이 심한 정치세력이 없지않다.
선거에서 이기는 데 그치지 않고 상대를 타도해 깔아 뭉개버려야 직성이 풀릴 것처럼 해댄다. 특히 사이버공간의 법치를 거부한 험담·악담 투성이는 무척 위험스럽게 들린다. 남북으로 분단된 설움만도 반세기 넘어 겪고 있다. 여기에 남남 갈등의 부추김은 새로운 분열이다. 분단의 아픔에 분열의 자해까지 겹친 사회상은 건강한 국가사회가 아니다.
이제 투표가 끝나는 내일 밤이면 모든 판세가 드러난다. 정당별 의석 차지가 마음에 들 수도 있고 안들 수도 있다. 곱게 보았던 사람이 되거나 떨어지기도 하고, 밉게 보았던 사람이 되거나 떨어지기도 할 것이다. 내일 밤의 개표 상황은 누구에나 다 이런 착잡한 감정이 엇갈릴 것이다.
그러나 나라의 운세다. 민의의 결과다. 중요한 것은 또 다시 새로운 시작의 시점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저주의 정치는 그만 두어야 한다. 상생의 정치는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서 형성된다. 이러기 위해서는 저주가 추방되어야 한다. 하긴 총선이 끝나도 정치판이 조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 정치권 개편의 진통이 크든 적든 예상된다. 비록 이렇더라도 저주의 정치는 제발 그만 두어야 한다. 그래야 민생이 되살아난다.
저주의 정치는 정치를 위한 정치이고 상생의 정치는 민생을 위한 정치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당장 물가가 너무 올라 서민생활이 더 큰 어려움에 처했다. 선거 바람으로 한 눈을 판 사이에 라면값은 100원 이상 오르고 ㎏당 2천원하던 감자는 거의 배로 뛰었으며, 1만원에 네마리였던 조기는 세마리로 줄만큼 껑충 올랐다. 이밖의 생필품 값도 공산품 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경기불황에 겹친 물가 오름세는 서민의 허리를 휘게 만드는 데도 누구 하나가 걱정하는 것을 볼 수 없다.
이런 물가의 안정대책도, 국민이 불안한 마음을 떨쳐내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도 다 상생의 정치에 있다. 상생의 정치는 야합의 정치와는 다르다. 상생의 정치는 민생의 정치인 데 비해 야합의 정치는 야바위속 술수다.
개혁이 결코 나쁠 수는 없다. 시대에 걸맞지 않은 낡은 것을 뜯어 고치는 것은 시대의 발전이다. 하지만 저주의 정치로는 성공이 어렵다. 민생의 정치, 상생의 정치로 가야만이 개혁도 성공한다. 개표로 지새우는 내일 밤을 겸허한 마음으로 보내자는 것은 새로운 출발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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