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 왔지만 선거가 있는지 모를 정도로 이번 총선은 조용하고 비정상일 정도로 차분하다.
흰 장갑, 어깨띠 등이 설 자리가 없고 한 끼니를 얻어 먹으면 50배 값을 치러야 하는 개정된 선거법 분위기 탓으로 감지되고 있다.
그래선지 종반에는 비방·흑색전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현재의 선거는 과거처럼 소란스럽진 않지만 선거다운 건 아니다.
적어도 우리 지역 후보가 누군지, 4년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 등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소란스러운 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 바뀐 소위 선거혁명에는 이런 점들이 빠져 있다. 후보간 TV토론은 마련했지만 잘 나가는 후보가 외면하면 그만이고 후보의 면면을 엿볼 수 있는 인터넷은 노인층을 멀리하고 있다. 인터넷이 바쁜 일상을 쫓는 젊은이들의 양지만은 아닐 것이다.
운동장에서 정책과 인물 대결을 못하도록 했으면 토론장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이런 틈새에서 요즘 이미지·감성·이벤트 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 선량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는 간 데 없고 정당 대표 읍소와 표정만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자칫 지역 일꾼이 아닌 대통령을 뽑는 왜곡된 선거원년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런 선거로는 참 일꾼을 뽑을 수 없다. 오히려 5년동안 세금 한푼도 내지 않은 인사, 병역을 기피한 인사, 파렴치한 전과자 등이 득세할 판이다. 함량 미달의 이들이 ‘물갈이론’ 속을 파고 들고 있다.
납세, 재산, 병역, 전과 등만 따져도 이들은 무서워할 것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건 이런 유권자의 투표장 행(行)이다.
유권자 혁명은 이런 자그마한 역사(役事)를 통해 이뤄진다.
15일은 그런 날이 돼야 한다./이 정 탁 (제2사회부 안양)
jtlee@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