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보호 제대로 못받는 외국인 노동자들

불법 체류하는 외국인은 형사범이나 파렴치범이 아니다. 체류기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연행돼 강제출국 절차를 기다리는 동안 일시적으로 보호받는 사람들이다. 흉악범도 아닌 이주 노동자들을 단속하는 데 짐승잡이용 이른바 ‘그물총’을 사용한다면 심각한 인권 침해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3D 업종으로 분류되는 공장에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문제다. 화성지역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45.8 %가 고지혈증, 결핵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중이다. 작업환경이나 생활환경이 열악하고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외출이 쉽지 않아 제대로 검진이나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태다.

특히 지난해 9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을 합법화하기 위해 도입한 고용허가제가 오히려 임금수탈, 폭행의 빌미를 주고 있는 것은 시급히 개선해야 될 사안이다. 임금이 20% 이상 삭감되거나 2개월 이상 체불된 때를 제외하고는 사업주의 동의 없이 근무지를 변경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사업주의 권한만 대폭 강화해 준 규정이다.

정부의 합법조치 이후 외국인 이주 노동자대책협의회에 임금체불 및 폭행 피해 등을 호소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담 건수가 올들어 300여건이나 접수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고용허가제 규정을 교묘히 피해가며 임금을 20% 가까이 낮추거나 직장을 옮길 수 없는 점을 악용해 야근 강요, 폭행 등 가혹행위를 가하고 있다면 명백한 인권유린이다

일례를 들어 수원의 A공장에서 일했던 인도네시아인 노동자는 지난해 월급이 80만원에서 50만원으로 40%나 깎였다. 하루 4시간씩 야근을 하고 일요일과 공휴일에도 내내 일했으나 월급은 고작 68만원에 불과했다. 직장을 옮기려고 했지만 업주는 근무지 변경에 동의하기는 커녕 노동자를 폭행한 뒤 해고시켜 결국 불법체류자로 전락했다.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외견상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많은 권리가 주어진 것 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임금이 터무니 없이 깎이고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직장을 이탈, 불법체류자 신세로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업주 동의 없이는 직장을 못 옮기는등 고용허가제 독소조항은 폐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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